제임스 카메론과 롤렉스 딥씨
심해를 향한 탐구에서 태어난 시계
ROLEX

타이타닉 관광 잠수정 사고

지난 6월 18일(현지시간 ADT 기준), 북대서양 뉴펀들랜드섬 연안에서 잠수정 ‘타이탄'이 실종되었습니다. 타이탄은 미국의 해저 관광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 호의 잔해 관광 목적으로 개발한 심해 잠수정으로, 14번째를 맞은 이번 항해에서는 오션게이트 CEO 스톡턴 러시,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겸 탐험가 해미시 하딩, 프랑스 탐험가이자 타이타닉 전문가 폴 앙리 나르졸레, 그리고 파키스탄의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이 타고 있었죠.

타이탄 잠수정 ⓒ OceanGate Expeditions

타이탄 잠수정 ⓒ OceanGate Expeditions

그리고 이틀이 지난 6월 20일, 타이타닉 호 근처 수심 3,800m 지점에서 잠수정의 잔해를 발견하며 내파로 인한 전원 사망이 공식화되었습니다. 탑승자들의 범상치 않은 신분, 요금이 무려 25만 달러(약 3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심해 잠수정의 터무니없는 설계와 그로 인한 결함, 무엇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십 번의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그대로 따른 참사에 전 세계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심해 탐험가로서의
제임스 카메론과 롤렉스

관련 인물들의 증언도 잇달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 <타이타닉>(1997)을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사고 이후 미국 ABC 뉴스와 CNN 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이탄과 타이타닉 호 참사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안전불감증이 일으킨 인재임을 일침했습니다. 그는 타이탄 잠수정 탑승자 중 하나였던 폴 앙리 나르졸레와도 돈독한 사이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Deepsea Challenge)
ⓒ IMDb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Deepsea Challenge) ⓒ IMDb

제임스 카메론의 발언은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관련 재난 영화의 감독이거나 탑승자의 친구여서가 아닙니다. 타이타닉 호의 잔해만 30번이 넘게 탐사했고, 2012년에는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잠수정 ‘딥씨 챌린저'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가장 깊은 챌린저 딥(해연)으로 내려가 1인 잠수정으로서는 당시 최고 기록인 수심 10,908m 잠수에 성공한 심해 탐험가이기 때문입니다. 그 도전 과정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영화 <딥씨 챌린지(Deepsea Challenge)>(2017)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잠수정에 부착된 딥씨 프로토타입 </br> ⓒ Mark Thiessen/National Geographic

잠수정에 부착된 딥씨 프로토타입
ⓒ Mark Thiessen/National Geographic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지구상 가장 깊은 장소에 도착한 잠수정의 조작 암에는 놀랍게도 롤렉스 하나가 감겨 있습니다. 바로 이 모험을 위해 특별히 만든 프로토타입의 롤렉스 딥씨 챌린지였죠. 롤렉스 정예로만 구성된 개발팀이 무려 8주 만에 제작했다고 합니다. 지름 52mm, 두께 28mm의 거대한 케이스는 방수 성능이 12,000m에 달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1㎠당 약 1톤의 수압이 작용하는 수심 10,908m에서 시계가 정상 작동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고요. 이 도전은 롤렉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1960년 챌린지 딥에 최초로 뛰어든 트리에스테 잠수정의 외벽에서 심해 탐험을 견딘 후 무사 귀환한 롤렉스 딥씨 스페셜의 뒤를 잇는 기록이었기 때문입니다. 

롤렉스 딥씨 챌린지의 발전

2022년, 제임스 카메론이 롤렉스 딥씨 챌린지 프로토타입과 함께 당시 가장 깊은 바닷속에 다녀온지 10년만에 롤렉스는 딥씨 챌린지 레귤러 모델 Ref. 126067을 발표합니다.

Ref. 116660 ⓒ Watchesbysjx

Ref. 116660 ⓒ Watchesbysjx

사실 제임스 카메론의 ‘딥씨 챌린지'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시계는 이미 2014년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딥씨 D-블루라 명명한  Ref. 116660입니다. 2008년에 등장한 블랙 다이얼의 변형으로, 점점 깊어지는 바닷속을 표현한 투톤의 D-블루 다이얼에 딥씨 챌린저 잠수정의 외장 컬러로 제품명 ‘DEEPSEA’를 표기했습니다. 2018년 차세대 칼리버 3235로 교체하고 제품명의 그린 컬러를 좀 더 진하게 바꾼 Ref. 126660을 거쳐 지금은 Ref. 136660-0003(Ref. 136660-0004는 블랙 다이얼)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베젤 폭을 다소 좁히고 날짜창은 조금 키웠으며 브레이슬릿의 플립록 시스템을 제거하는 등의 마이너 업데이트만 이루어진 레퍼런스입니다.

Deep Sea 116660

Deep Sea 116660

44mm, 디블루,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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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126660

Deep Sea 126660

44mm, D-Blue,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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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136660

Deep Sea 136660

44mm, D-Blue,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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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딥씨 챌린지 Ref. 126067은 제임스 카메론의 도전에 함께한 바로 그 시계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왼쪽: 2012년 롤렉스 딥씨 챌린지의 일회성 제품 </br>
오른쪽: 티타늄 RLX로 제작된 새로운 딥씨 챌린지 </br>
ⓒ Armbanduhren

왼쪽: 2012년 롤렉스 딥씨 챌린지의 일회성 제품
오른쪽: 티타늄 RLX로 제작된 새로운 딥씨 챌린지
ⓒ Armbanduhren

상업화를 위해 지름을 2mm, 두께는 5mm 줄였고, 무게는 30%나 가벼워졌습니다. 프로토타입의 904L 스틸 대신 RLX 티타늄을 사용한 덕분입니다. 여전히 커다란 시계지만 확실히 덜 부담스럽죠. 내구성과 내부식성도 뛰어나고 알러지 반응도 없다고 합니다. 이밖에 질소 함량이 높은 고강도 스틸 링을 케이스 내부에 끼워 깊은 수심에서 시계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는 링록 시스템, 포화 잠수 후 감압을 실시할 때 시계에 침투한 헬륨 가스를 자동으로 빠르게 배출하는 헬륨 이스케이프 밸브 등 심해 잠수를 위한 제원은 거의 동일합니다. 방수 성능은 11,000m. 프로토타입에 비해 1000m 정도 낮아졌어도 같은 컬렉션에 속한 씨드웰러의 1,220m 방수와 딥씨의 3,900m 방수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씨드웰러 패밀리 중 유일하게 데이트 기능을 삭제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압력을 견뎌내는 것이 관건인 심해 잠수 상황에서 필요없는 기능이라고 판단한 이유에서겠죠.

왼쪽부터 롤렉스 딥씨(2008), 딥씨 챌린지(2022),
딥씨 스페셜(1960), 딥씨 챌린지(2012), 서브마리너(1986)
ⓒ monochrome-watches

왼쪽부터 롤렉스 딥씨(2008), 딥씨 챌린지(2022), 딥씨 스페셜(1960), 딥씨 챌린지(2012), 서브마리너(1986) ⓒ monochrome-watches

일상에서는 거의 쓰일 일이 없는 오버 엔지니어링의 끝판왕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롤렉스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계가 아닐까요. 극한의 탐험을 실제로 가정한 시계, 인류의 위대한 발걸음을 함께 내딛은 시계는 여전히 컬렉터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실제로 물 한 방울 묻힐 일이 없다고 해서 그 가치가 퇴색하는 건 아니니까요.

Sea-Dweller 126600

Sea-Dweller 126600

43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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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지난 7월 15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잠수정 ‘타이탄’ 호 사고 영화 제작 루머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답했습니다. 오션게이트 관련 영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지 않을거라는 일축이었습니다.

Tampa

Writer

시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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