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 빅뱅처럼 폭발하다
시대를 앞서 나간 소재의 믹스 앤 매치
Brand Focus

스위스 시계의 보수성은 1969년에 쿼츠시계가 등장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새로움을 받아드리지 않았던 스위스 시계는 완전히 새로운 시계에 대패하게 되었죠. 와신상담 끝에 다시 일어섰지만 특유의 보수성은 버리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막 태어났던 위블로가 계속 고전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위블로는 비상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시계계의 변화와 두 명의 위대한 남자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현창을 시계에 그린 남자,
카를로 크로코

위블로의 창립자 카를로 크로코(Carlo Croco) ©analogshift

위블로의 창립자 카를로 크로코(Carlo Croco) ©analogshift

이탈리아 태생의 카를로 크로코(Carlo Crocco)는 배의 현창을 뜻하는 ‘위블로(Hublot)’라는 시계회사를 세웁니다. 쿼츠시계의 등장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새로운 시계회사를 세우는 모험을 단행한 셈입니다. 처음 발표한 시계도 회사의 이름처럼 현창의 모양과 다름없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위블로의 초기 모델 ©watchuseek

위블로의 초기 모델 ©watchuseek

동그란 베젤에 12 개의 티타늄 스크류를 장식하고 힌지(Hinge) 모양을 한 케이스는 채광과 환기를 목적으로 만든 배의 현창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카를로 크로코는 전통적인 골드 케이스에 현대적인 러버 스트랩을 매치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소재 간의 조합이지만 1980년초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극히 보수적이었던 시계계에서는 최고급 소재인 골드에 싸구려 고무를 매치했다며 불경스럽게 취급했고, 오랫동안 위블로는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위블로의 포텐을 터뜨린 남자,
장 클로드 비버

장 클로드 비버와 위블로 © Watchtime

장 클로드 비버와 위블로 © Watchtime

장 클로드 비버(Jean-Claude Biver)는 화려한 이력을 지닌 남자입니다. 시계계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기고 은퇴하는 듯했으나 자신의 이름을 딴 하이엔드 브랜드 ‘JC 비버(Biver)’로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메가에서 활약하던 장 클로드 비버는 퇴사 후, 블랑팡의 상표권을 사들여 하이엔드 브랜드로 탈바꿈 시킵니다. 블랑팡을 키워 스와치 그룹에 매각한 뒤, 카를로 크로코에 고용되어 위블로 CEO 자리(2004년)에 오릅니다.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때를 만나지 못했던 위블로를 완전히 바꿔 놓았는데요. 카를로 크로코가 시도했던 믹스 앤 매치를 극대화해 ‘아트 오브 퓨전(Art of fusion)’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 Hublot

© Hublot

물론 그 사이 시계계는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습니다. 스포츠 워치가 무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고, 과거와 달리 소재의 다양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합니다. 장 클로드 비버는 이를 재빠르게 캐치해 활용했습니다. 마케팅의 달인이기도 했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 단숨에 위블로의 잠재력을 터뜨려 버립니다.

컬렉션

빅뱅(Big Bang) 클래식

아트 오브 퓨전을 적용한 첫 컬렉션은 빅뱅(2005년)이었습니다. 마치 우주의 시작인 빅뱅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며 등장했습니다. 빅뱅 컬렉션은 카를로 크로코의 첫 시계를 다양한 소재 조합과 응용이 용이하게 개조했습니다. 베젤, 미들 케이스, 케이스백으로 케이스를 여러 부분으로 나눴고 브레이슬렛은 물론 스트랩도 쉽게 적용하도록 설계했습니다.

Hublot Big Bang  © Hublot

Hublot Big Bang © Hublot

카를로 크로코가 택했던 전통 소재인 골드를 포함해서 스틸, 티타늄 등 흔한 케이스 소재와 당시 막 유행이 시작된 세라믹, 카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비금속 소재인 세라믹과 카본은 금속소재와 다른 질감, 색감, 촉감으로 빅뱅 컬렉션에서 지금까지 활약 중입니다. 또 케이스 소재로 흔치 않은 탄탈륨, 텅스텐도 아트 오브 퓨전에 활용되었고 이그조틱한 가죽이나 청바지도 스트랩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가히 무제한에 가까운 소재 조합은 빅뱅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많은 사람들을 신선함으로 열광시키며 위블로의 비상을 이끌었습니다.

Big Bang Original Gold 301.PB.131.RX

Big Bang Original Gold 301.PB.131.RX

44mm, 블랙/카본 스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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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Original Steel Ceramic 301.SB.131.RX

Big Bang Original Steel Ceramic 301.SB.131.RX

44mm, 블랙/카본 스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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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유니코(Unico)

자유로운 소재 조합인 아트 오브 퓨전이 빅뱅을 통해 진행되는 동안 위블로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에 집중합니다. 그 결과물은 유니코라고 이름 붙인 자동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였습니다. 주력엔진인 유니코 Cal. HUB 1240은 실리콘 부품을 사용하고 72시간 파워리저브를 가지는 등 최신 무브먼트의 요건을 두루 갖췄습니다. 유니코 Cal. HUB 1240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니코 Cal. HUB 1280으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유니코 Cal. HUB 1240의 모듈러 설계를 폐기하고 크로노그래프 작동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BIG BANG UNICO TITANIUM  © Hublot

BIG BANG UNICO TITANIUM © Hublot

유니코를 탑재한 빅뱅은 다이얼에서 무브먼트가 훤히 보이는 오픈워크를 택해 크로노그래프의 구조를 노출하며 빅뱅의 매력을 배가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일체형 브레이슬렛 스포츠 워치가 유행하자 빅뱅 인티그레이티드라는 서브 컬렉션을 내놓으며 트렌드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퓨전

위블로의 시작을 재해석한 컬렉션(2008년)입니다. 골드 케이스에 러버 스트랩을 매칭해 화두를 던진 첫 시계를 컬렉션으로 부활시켰습니다.

클래식 퓨전  © Hodinkee

클래식 퓨전 © Hodinkee

베젤에 사용한 스크류 개수 같은 세세한 디테일에서는 첫 시계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소재의 믹스 앤 매치라는 지향점을 그대로 물려 받았습니다. 시간과 데이트 표시의 심플한 기능이 중심축을 맡았고, 크로노그래프나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팝 아티스트 리차드 올린스키(Richard orlinski)와 함께 케이스와 다이얼에서 기학적인 면을 노출하는 올린스키 컬렉션도 포함합니다.

Classic Fusion 3-Hands Titanium 511.NX.1171.RX

Classic Fusion 3-Hands Titanium 511.NX.1171.RX

45mm,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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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Fusion 3-Hands Titanium Opalin 511.NX.2611.LR

Classic Fusion 3-Hands Titanium Opalin 511.NX.2611.LR

42mm, 오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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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Fusion 3-Hands Racing Grey 511.NX.7071.LR

Classic Fusion 3-Hands Racing Grey 511.NX.7071.LR

45mm,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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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넘나드는 콜라보

시계로 표현한 아트 오브 퓨전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파트너십으로도 표출됩니다. 파트너십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트 스포츠맨과의 접점은 그랜드슬램 최다승에 빛나는 테니스의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100m와 200m 단거리 육상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Usain Bolt)로 연결됩니다.

위블로X무라카미 다카시 클래식 퓨전 © Hublot

위블로X무라카미 다카시 클래식 퓨전 © Hublot

팝아트 신에서 여전히 뜨거운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꾸준하게 콜라보 에디션을 내놓고 있는 리차드 올린스키나 생 블루(Sang Bleu)도 위블로의 쿨한 파트너입니다. 고급스러운 파티나가 멋진 프랑스의 하이엔드 구두 메이커 벨루티(Berluti), 미슐랭 가이드의 스타 쉐프들, 네스프레소까지도 위블로의 아트 오브 퓨전을 매력을 발견케 하는 다채로운 파트너십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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