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바이버가 KLPGA의 공식 타임키퍼로 발탁된 이 시점에, 제가 좋아하는 PGA 골프 선수들의 시계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스코어카드와 트로피 너머, 이 선수들의 시계가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탐구할 시간입니다. 앞으로도 PGA 투어를 이끌어갈 선수들이자, 시계 커뮤니티에서 자주 회자될 이들의 시계 여정도 함께 주목해보시죠.
아마 골프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입니다. 로리 맥길로이(Rory McIlroy)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프로 골퍼로, 2025년 마스터스를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여섯 번째 선수입니다. 2011년 US 오픈을 시작으로, 2012년과 2014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까지 이미 메이저 무대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왔죠. 긴 기다림 끝에 마스터스를 품은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골프 역사에 깊이 새겨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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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길로이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그린 재킷과 함께 트로피를 거머쥔 그 역사적인 순간, 시계 커뮤니티의 시선은 그의 손목으로 갔습니다. 왜 이 시계를 착용했을까요? 그는 2013년부터 오메가의 앰배서더로 활동해오고 있어서 입니다. 손목에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실버 스누피 어워드" (Speedmaster "Silver Snoopy Award")라는 시계입니다. NASA와 오메가의 위대한 업적을 귀엽고 유쾌하게 해석한 이 모델은 오메가 매니아들의 최종 드림워치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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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아폴로 13호 미션에서의 활약으로 NASA로부터 받은 '실버 스누피 어워드(Silver Snoopy Award)'의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이 모델은 출시된지 5년이 되가지만, 아직도 구매이력 없이는 리테일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그럴만한 흥미로운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9시 방향 서브다이얼에 우주복을 입은 스누피가 양각된 실버 메달리온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투명 백 케이스에는 스누피가 탑승한 커맨드 앤 서비스 모듈(Command and Service Module)이 초 단위로 움직이며 달의 뒷면을 도는 애니메이션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사용할 때 활성화되며, 지구 디스크는 스몰 세컨즈 핸드와 연동되어 1분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Moonwatch 310.32.42.50.02.001
42mm,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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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길로이의 오메가(Omega) 여정은 2013년, 아쿠아 테라 '골프' 에디션(Aqua Terra 'Golf' Edition)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 모델은 2012년에 처음 출시되었으며, 맥길로이가 오메가의 앰배서더로 합류한 직후인 2013년에 그가 직접 서명한 특별한 시계가 스와치 그룹에 의해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이 시계는 단순한 기능 추가 없이도 다이얼에 골프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블랙 다이얼은 PGA 투어를, 화이트 다이얼은 라이더 컵(Ryder Cup)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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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와 오메가의 관계는 파트너십 그 이상입니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울트라 라이트는 맥길로이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모델입니다. 초경량-스포츠 시계를 만들기 위해 가벼움과 견고함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습니다. 항공우주 기술에 사용되는 감마 티타늄 소재를 활용해 케이스와 무브먼트 모두 티타늄으로 설계되었으며, 무브먼트는 오토매틱이 아닌 매뉴얼 와인딩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치루면서 착용한 유일한 오메가 시계이기도 하죠. 편의를 위해 오른쪽 손목에만 착용했다고도 합니다.
스포티한 감각과 첨단 시계 기술이 결합된 이 모델은 툴워치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높은 가격대일 수 있습니다. 현재 리테일가는 7,000만 원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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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옐로우 골드로 제작된 스피드마스터 ’57 “로리 매킬로이 에디션”입니다. 2019년, 매킬로이의 서른 번째 생일을 기념해 오메가가 특별히 선물한 모델이죠.
이 모델의 특별한 의미는 숫자 16과 61에 숨어있습니다. 다이얼에 자외선 빛을 비추면 숫자 ‘16’과 ‘61’이 드러나는데, 이는 맥길로이가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로열 포트러시 골프 클럽에서 61타라는 코스 레코드를 세운 놀라운 기록을 기리기 위한 헌사입니다. 짧은 기간 한정으로 생산되어 솔드아웃되었던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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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길로이의 오메가 컬렉션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지만,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계는 드 빌 투르비용입니다. 2019년 페덱스컵 우승을 기념해 본인이 직접 구입한 모델로, 레드 골드 케이스에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담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타임피입니다. 당시 가격은 미화 13만 7천 달러에 달했고, '플렉스'를 노린 듯한 과시형 시계를 고르는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는 확연히 다른 선택이어서 오히려 더 주목을 받았어요.
맥길로이는 이 시계를 꽤 자주 착용해 왔는데요, 2022년 CJ 컵에서 우승할 때도 이 시계를 착용하면서 국내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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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오메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지만 맥길로이는 사실 청춘을 오데마 피게와 함깨했습니다.
2009년,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맥길로이는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앰배서더로 발탁된 이력이 있습니다. 2012년 PGA 챔피언십 우승 당시 착용한 묵직한 로열 오크 오프쇼어 그랑프리 크로노그래프 ref. 26290RO는, 앳된 소년이 무게감 있는 선수로 성장했음을 상징하는 시계이기도 했죠. 그보다 앞선 2011년에는 US 오픈에서 우승한 후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ref. 26300ST를 착용하기도 했습니다.
‘꾸준함’이라는 단어에 얼굴이 있다면, 아마도 스코티 셰플러(Scottie Scheffler)일 겁니다. 무려 101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지킨 경력이 있는 끈기 있고 정신력 강한 선수죠. 그는 2022년과 202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대회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올림픽 금메달과 페덱스컵 우승을 포함해 한 해에 무려 9승을 거두며 전무후무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롤렉스 2022년부터는 롤렉스의 테스티모니(Testimonee)로 활동하며, 브랜드와의 유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USA Today / Rolex
셰플러는 2022년 마스터스에서 첫 우승을 하고 그린 재킷을 처음 입게 되었을때 롤렉스의 GMT-마스터 2 ‘루트비어’ ref. 126711CHNR을 착용했습니다. 하지만 트로피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을 당시 시계가 재킷 소매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죠.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루트비어’는 에버로즈 골드와 스틸의 롤레조 모델로, 스포티 하면서도 어느정도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가격대가 2,000만 원 후반대여서 30-40대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참고로 셰플러는 아직 20대입니다). 루트비어가 리테일가는 당연히 스틸 모델들에 비해 높지만, 프리미엄 자체가 GMT-마스터 2 라인에서 낮은 편입니다.
GMT-Master 2 126711CHNR
40mm, 블랙, 오이스터
© Masters / Rolex
셰플러는 불과 2년 만에 2024년 마스터스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린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든 셰플러의 손목에는 서브마리너 '헐크' (Submariner “Hulk”)가 함께 했습니다. 초록 위에 초록이라니. 의도된 선택이었든, 다시 쟁취한 그린에 대한 진심이었든, 참 절묘한 조합이었어요. 그리고 첫 우승 때 루트비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탓일까요? 거의 모든 보도 사진에 서브마리너가 매우 명확하고 멋지게 잘 보여 영광을 같이 누렸습니다.
Submariner Date 116610LV
40mm, 그린, 오이스터
© AP Photo/Sue Ogrocki / Rolex
조금 더 미니멀하면서도 여전히 우아하게. 실버 다이얼, 화이트 골드 베젤, 쥬빌리 브레이슬릿이 조화를 이루는 이 데이트저스트는 셰플러가 2024년 RBC 헤리티지, 메모리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등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한 해 동안 꾸준히 착용한 모습이 포착된 모델입니다. 입문용 롤렉스로도 잘 알려진 데이트저스트 36, 그중 ref. 126234는 다양한 다이얼 컬러로 출시되지만, 실버 다이얼 버전을 착용한 PGA 투어 선수는 셰플러가 유일한 듯합니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는 물론, 정제된 3-피스 수트와도 어울리는 이 모델은 클래식한 데이트저스트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진정한 올 타임 클래식입니다.
Datejust 36 126234
36mm, 실버, 쥬빌리
밀레니얼 감성에 올드스쿨 플레이 방식을 더한 저스틴 토마스(Justin Thomas). 롤렉스 테스티모니 (Testimonee)로서 그가 선택한 시계들은, 그 자체로 그의 성격을 잘 드러냅니다. 저스틴 토마스는 2017년 PGA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하여 메이저 대회에서의 성공을 거두었으며, 202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등 다양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2014년부터 롤렉스(Rolex)의 테스티모니(Testimonee)로 활동하며 브랜드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Rolex
토마스의 손목에서 자주 포착된 요트마스터(Yacht-Master)입니다. ref. 116622는 현행 모델과 동일한 40mm 케이스 직경과 플래티넘 베젤을 갖춘 모델입니다. 과하게 화려하진 않지만, 한눈에 롤렉스로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덕분에 토마스가 급부상하던 시기에 자주 착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속 2017년 PGA 챔피언십 우승 세리머니에서도 손목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이 다크 로디윰 다이얼은, 이후 ref. 126622로 업데이트되며 ‘슬레이트 다이얼’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습니다.
Yacht-Master 40 116622
40mm, 슬레이트, 오이스터
Yacht-Master 40 116622
40mm, 블루, 오이스터
Yacht-Master 40 126622
40mm, 슬레이트, 오이스터
Yacht-Master 40 126622
40mm, 브라이트 블루, 오이스터
© The Players / Rolex
202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당시 손목 위에서 반짝였던 이 시계는, '존 메이어 데이토나' Ref. 116508과 함께 출시된 형제 모델이기도 합니다. 클래식하면서도 쿨한 이 시계는 저스틴 토마스라는 이름과 잘 어울립니다.
Daytona 116509
40mm, 브라이트 블루, 오이스터
마지막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차세대 골프 슈퍼스타로 주목받았던 노르웨이의 자랑 빅토르 호블란(Viktor Hovland). 아쉽게도 작년부터 슬럼프를 겪으며 한동안 대중의 레이더에서 멀어졌습니다. 1년 사이에 스윙 코치를 무려 세 번이나 바꾼 그의 ‘스윙 집착’은 논란거리이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폼을 회복하며 다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블란은 완벽주의적인 면모와는 반대로, 유쾌한 성격 덕분에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입니다. 최근 롤렉스 테스티모니로 합류했지만, 한때는 오데마 피게의 후원을 받았던 인연도 있습니다.
© Getty / Audemars Piguet
2023년 호블란이 FedEx컵 우승 세리모니 때 착용한 로열 오크 ‘점보’ Ref. 16202OR입니다. 2022년, 로열 오크의 플래그십 모델인 ‘점보’가 15202에서 16202로 업데이트되면서 함께 출시된 스모크 그레이 다이얼 모델입니다.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그리고 다이얼 가장자리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준 다이얼의 조화는 오직 로열 오크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아니지만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배리에이션으로, ‘점보’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Getty / Audemars Piguet
2020년, 호블란이 첫 PGA 우승을 비롯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던 시기입니다. 그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착된 시계는 로열 오크 더블 밸런스 휠 오픈워크 Ref. 15407ST였습니다. ‘오픈워크’ 로열 오크 중 대다수 오데파 피게 팬들에게는 이 레퍼런스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 모델은 2016년에 처음 출시되었으며, 스틸 버전은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많은 애호가들의 드림 워치로 자리잡았습니다. 브랜드의 스폰서십과 마찬가지로 이 모델 역시 2025년을 기점으로 단종되었고, 현재는 핑크 골드 인사이드가 적용된 새로운 스틸 레퍼런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 모델을 더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이 모델은 1억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으며, 호블란은 이보다 더욱 희귀한 화이트 세라믹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9CB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Royal Oak Double Balance Wheel Openworked 15407ST.OO.1220ST.01
41mm, 스켈레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