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안정, 성취감, 건강까지 균형 잡힌 인생을 살 수 있다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여유와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생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이 시계'를 착용하는 순간만큼은 뭔가 '삶이 괜찮다'는 최면에 걸리는 듯합니다.
© Wrist Whisperer
과시와 자랑, 실망과 주눅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이, 그저 자연스러운 반짝임으로 나를 만족시켜주고, 동시에 은행 적금보다 빠르게 가치가 성장하기도 하는, 그래서 딱 하나만 산다면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를 소개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데이트저스트를 구매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좀 올드한가?’, ‘롤렉스는 다이버 아닌가?’ 하는 저 나름대로의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그랬던 저도 지난 3~4년 동안 가장 많이 착용한 시계는 데이트저스트가 되었습니다. ‘어차피 내일도’라는 생각에, 퇴근 후 제 데이트저스트가 쉬어가는 자리는 시계 보관함이 아닌 제 지갑 옆이 되었습니다.
저자 개인 소장 데이트저스트 16014
지금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고백합니다. 제가 왜 데이트저스트를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꼭 하나쯤은 있으시기를 바라는지.
© Christie's
1945년 첫 Ref. 4467을 시작으로, 빈티지에서 현행 모델까지 이어져 온 데이트저스트는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기억됩니다. 그 상징적 조합은 바로 ‘플루티드’ 베젤(유리 가장자리를 보호하는 부품)과 ‘쥬빌리’ 브레이슬릿입니다.
18k 골드로 제작된 플루티드 베젤(화이트·옐로우·(에버)로즈 골드)은 요란스럽지 않은 반짝임으로 빛나며, 자연스레 그 안쪽 글라스 뒤 다이얼로 시선을 이끕니다.
© WatchClub
현재의 데이트저스트는 간결해진 격자 수 속에서도 오리지널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침 이슬 방울들의 반짝임을 연상시키는 '쥬빌리 브레이슬릿'은 은은한 멋과 물 흐르듯 손목을 감싸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합니다.
© Miltons Diamonds
참고로 시계의 베젤과 브레이슬릿 중앙 링크의 소재는 일치합니다. 베젤이 옐로우 골드라면 쥬빌리 브레이슬릿의 중앙 링크도 옐로우 골드를 사용합니다.
© WatchClub
단, 베젤 소재가 화이트 골드일 경우 브레이슬릿의 링크 전체가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이렇게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스틸과 골드 혼합으로 만드는 경우를 롤레조(Rolesor) 라고 부릅니다.
© Wind Vintage
© Craft + Tailored
기능에 충실한 오이스터 퍼페츄얼 같은 시계만 만들던 롤렉스가 왜 플루티드 베젤과 같은 ‘쓸데없는’ 디테일을 신경 썼을까요?
데이트저스트는 롤렉스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의 숨겨진 의도, 단순히 기능에 충실한 ‘좋은 시계’가 아니라 ‘고급 시계’를 만들고자 한 첫 시도였습니다.
© Rolex
그럼 빌스도르프는 데이트저스트를 어떻게 차별화 시켰을까요?
© Christie's
(아래 사진은 1963년에 생산된 서브마리너와 데이트저스트를 비교한 것입니다.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 기관(COSC)에서 정확도를 인증받은 시계에는 다이얼 하단에 "Chronometer"라는 표기가 붙었습니다. 물론 이 표기가 없다고 해서 무브먼트의 품질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만큼 롤렉스가 데이트저스트에 각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HQ Milton
1957년 데이-데이트 데뷔 당시, 데이트저스트와 비교
© Craft + Tailored, Tropical Watch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보면, 1950~70년대 빈티지 데이트저스트가 시장에서 왜 그렇게 존경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데이트저스트 리셀 시장의 약 20%가 빈티지 혹은 네오빈티지 모델입니다.)
데이트저스트의 공식 명칭은
오이스터 퍼페츄얼 데이트저스트입니다.
‘오이스터’(Oyster)는 굴의 껍데기를 연상시키는 튼튼한 방수케이스, ‘퍼페츄얼’(Perpetual)은 오토매틱 무브먼트, ‘데이트’(Date)는 날짜 기능, ‘저스트’(Just)는 딱 12시 자정에 날짜가 바뀌는 기능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언제나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방수 시계, 즉 데일리 럭셔리 타임피스로서 기능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던 데이트저스트 126234 / © Monochrome
자주 보아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데이트저스트, 이제는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시나요?
멜론 차트 1, 2위를 다투는 ‘핫’한 노래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직도’라며 감탄할 수 있는 명곡처럼, 데이트저스트는 지난 80년간 받은 사랑을 앞으로도 80년, 아니 800년(너무 멀리 갔나요?) 동안 이어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수영장부터 송년회 갈라 디너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타임피스이자,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상한 롤렉스를 소유했다는 ‘자격증’까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시계입니다.
Datejust 36 126234
36mm, 민트 그린, 쥬빌리
‘첫사랑’과 ‘영원한 단짝’이 다른 것처럼, 데이트저스트야말로 당신이 영원히 함께할, 그리고 ‘나는 물려받지 못했지만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타임피스가 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Datejust 41 126333
41mm, 샴페인, 쥬빌리
하지만 막상 구매를 결정하려 하면,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 WatchClub
옐로우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베젤? 패턴이 있는 다이얼? 매트 블랙과 청색? 1967년 빈티지인가요, 2025년 미착용 신품인가요? 26mm, 41mm, 어느 사이즈가 좋을까요?
확실한 건, 당신에게 가장 완벽한 데이트저스트는 지금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만을 위한 데이트저스트, 지금 만나보세요.
* 표기된 가격은 지정된 기간(타임 프래임)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합니다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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