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시계의 세계 Part 1
시대가 요구하는 실용성과 감성
Special Theme

재킷의 계절이 찾아오면, 시계 애호가들이 매년 직면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재킷 소매 단추나 커프에 시계가 긁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죠. 이런 걱정 때문에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시계를 착용하는 데 주저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시계 착용의 고민을 덜어줄 해답이 있습니다. 바로 세라믹 시계입니다. 세라믹 시계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특히 스크래치에 강해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춰 스타일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킵니다. 이제 본문에서 세라믹 시계가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지 그 매력과 역사, 그리고 최신 트렌드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라도 다이아스타 1 / © Rado

라도 다이아스타 1 / © Rado

현재 세라믹 시계의 기준은 ‘산화 지르코늄(Zirconium oxide, ZrO2)’ 기반입니다. 하지만 세라믹 케이스를 처음으로 시계에 적용해 대량 생산한 브랜드로 알려진 라도(Rado)의 초기 시계는 텅스텐 카바이드(tungsten carbide)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는 기술적으로는 세라믹에 속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르코늄 산화물 기반 세라믹과는 다릅니다. 이는 중요한 구분점이며, 이후 산화 지르코늄과 다른 금속 산화물을 혼합한 세라믹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IW3755-03 / © IWC

IW3755-03 / © IWC

이 소재가 처음 시계 케이스에 적용된 것은 1986년 IWC의 다 빈치 퍼페추얼 캘린더로, 케이스 소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 시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IWC는 이후 세라믹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 1994년 ‘블랙 플리거’ 등의 모델, 그리고 최근 다양한 컬러 세라믹 개발까지 다방면에서 성과를 보였습니다. 다른 브랜드들도 신소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현재는 다수 브랜드가 세라믹 케이스를 정규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Why 세라믹?

© IWC

© IWC

세라믹은 가볍고 견고하며, 저자극성이며, 무엇보다도 일상생활 중 스크래치에 강한 소재입니다.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세라믹만이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색채와 탁월한 화학적 내성, 높은 경도, 그리고 흠집에 강한 특성은 시계에 완벽한 실용성을 부여합니다. 워치메이커들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제조 공정에도 세라믹이라는 소재의 가치를 믿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세라믹 is a GO

J12 / © Chanel

J12 / © Chanel

그렇다면 세라믹 시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점은 언제일까요? 대중에게 세라믹 시계의 매력을 널리 알린 브랜드는 단연 세계적인 명품 패션 하우스인 샤넬입니다. 샤넬이 1999년에 처음 선보인 J12 시계는 남녀 구분을 허물며, 패션과 워치메이킹이 하나로 융합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J12 파라독스 / © Chanel

J12 파라독스 / © Chanel

패션 브랜드의 시계 — 때로는 마지못해 받아들이지만, 결국 샤넬 J12가 시계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샤넬은 샤넬은 패션 하우스로서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단일한 디자인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링을 꾸준히 시도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로 세라믹 케이스를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상으로 구현한 'J12 파라독스'가 있습니다. 비록 실제로는 두 개의 세라믹 케이스 부품을 결합한 형태지만, 이 시도는 이후 많은 워치메이커들에게 큰 창의적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J12 Bleu<br/>Hannah Whitaker, Bloomberg Businessweek

J12 Bleu
Hannah Whitaker, Bloomberg Businessweek

올해 4월는 5년간의 개발 끝에 완성한 새로운 블루 세라믹 ‘J12 블루(Bleu)’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모노크로매틱 매트 다크 블루 컬러가 특징이며,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바게트 컷’ 패턴의 블루 세라믹 링을 베젤에 적용해 독창적인 매력을 뽐냅니다. 이처럼 샤넬은 디자인과 기술 양면에서 세라믹 시계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패션과 워치메이킹의 경계를 허무는 선구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J12 블루는 패션과 시계 커뮤니티 양쪽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는 ‘슬리퍼 히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IWC

시계에 조예가 깊은 애호가들은 IWC가 특히 기술 개발과 소재 혁신에 앞서나가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IWC 브랜드는 1970년대부터 R&D에 적극 투자하며 스테인리스 스틸의 긁힘 방지를 위해 텅스텐 경화 기술을 실험한 이력이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티타늄 기술에 집중해, ‘포르쉐 디자인 바이 IWC 크로노그래프’라는 티타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갖춘 최초의 시계를 선보였습니다. 세라믹 외에도 이색적인 소재에 대한 관심이 꾸준했죠.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탑건 세라타늄 IW388106<br/> © Monochrome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탑건 세라타늄 IW388106
© Monochrome

IWC는 티타늄과 세라믹 분야에서 다년간 기술을 갈고닦은 끝에, 2017년에는 두 소재의 장점을 결합한 소재 세라타늄(Ceratanium®)을 공개했습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맞춤 티타늄 합금으로 시작 되는데, 각 부품이 가열 전까지 티타늄 상태로 완성된 다음 오븐에서 복잡한 열처리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금속 표면이 세라믹으로 변환됩니다. (꽤나 까다로운 공정이지만 세라믹과 달리 소결할 때 수축되지 않아 크라운, 푸셔, 버클 같은 작은 부품까지 세라타늄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 IWC, Pantone

© IWC, Pantone

세라타늄은 파일럿 워치 컬렉션에서 스테디셀러로 부상했지만 현재로서는 컬러풀한 세라믹 케이스가 IWC 팬층에게 더 큰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IWC의 컬러 세라믹 시계는 팬톤(Pantone)과 협업해 파일럿 워치 라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팬톤 매칭 시스템(PMS)은 인쇄와 제조 과정에서 색상 일관성을 보장하는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각 색상은 고유 이름이나 숫자로 구분됩니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탑건
© Fratello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탑건 © Fratello

레퍼런스 키워드 (44.5mm)

IW389106 - 다크 그린 세라믹 (우드랜드)
IW389105 - 화이트 세라믹 (레이크 타호)

컬러 세라믹 모델들은 미 해군 전투기 병기학교 'TOP GUN' 테마와 연관되어 발매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컬러 팔레트는 조종사들의 주요 훈련 환경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모하비 사막과 타호 호수에서 착안한 '모하비 데저트', '레이크 타호'를 비롯해, 비행복과 숲의 색상을 반영한 '우드랜드', 광활한 바다와 컬러 매칭되는 '오세아나', 그리고 교관들의 티셔츠를 모티브로 한 '미라마'가 있습니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탑건 / ©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탑건 / © IWC

레퍼런스 키워드 (실제 사이즈는 41.9mm입니다)

IW389401 - 블랙 세라믹
IW389402 - 브라운 세라믹 (모하비 데저트)
IW389404 - 블루 세라믹 (오세아나)
IW389409 - 라이트 블루 세라믹 (미라마)

이 모델들은 크라운, 푸셔, 그리고 케이스백을 티타늄으로 제작합니다. 이로 인해 완벽한 톤온톤 룩이 미완성되었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세라믹과 달리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깨질 염려가 없는 실용적인 설계를 위한 선택입니다. 다만, '우드랜드' 모델은 컬러 조합의 일관성을 위해 이 부품들(크라운, 푸셔 등)에 세라타늄을 적용하여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데이트 온리 모델을 찾는 분들을 위해 41mm 사이즈의 모델 옵션이 존재합니다.

파일럿 워치 41 탑건 세 종류와 그외 / © IWC

파일럿 워치 41 탑건 세 종류와 그외 / © IWC

레퍼런스 키워드 (41mm)

IW326906 - 블랙 세라믹
IW328106 - 브라운 세라믹 (모하비 데저트)
IW328104 - 화이트 세라믹 (레이크 타호)
IW328101 - 블루 세라믹 (로레우스)

이미지에서 보이는 블루 세라믹 모델은 2021년 출시된 ‘로레아스 스포츠 재단’ 에디션으로, 탑건 소속은 아니지만 디자인 언어를 공유합니다. 750 피스 한정 생산되어 아주 보기 드문 컬렉터 피스입니다.

IWC의 컬러 세라믹 카탈로그는 계속 확장중입니다. 크로노그래프와 데이트 모델 외에도 퍼페추얼 캘린더, 픽 파일럿, 그리고 타임조너도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빅 파일럿 퍼페추얼 캘린더 IW503101<br/>© WCL Media LLC

빅 파일럿 퍼페추얼 캘린더 IW503101
© WCL Media LLC

오메가

럭셔리 시계 브랜드 중 세라믹 분야에서 오메가는 가격과 디자인 면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편입니다. 아직까지는 강렬한 컬러보다는 무난하고 대중적인 블랙, 블루, 화이트 계열의 색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플래닛 오션 600M 215.92.46.22.99.002 <br/>© Omega

플래닛 오션 600M 215.92.46.22.99.002
© Omega

오메가도 IWC 못지 않게 신소재를 향한 R&D 열정이 있었습니다. 이색적인 소재를 플래그십 모델로까지 성장시키지는 못했지만, 이후 세라믹 케이스의 잠재력을 씨마스터 컬렉션 중 플래닛 오션 라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2016년에 출시된 플래닛 오션 600M ‘딥 블랙’ 시리즈가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 출시되었다 해도 믿을만한 디자인이죠?

플래닛 오션 '딥 블랙' / © Omega

플래닛 오션 '딥 블랙' / © Omega

물론 씨마스터 컬렉션에서 세라믹 케이스를 찾을 수 있지만,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오메가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시리즈는 바로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입니다.

Ref. 311.92.44.51.01.003 / © Omega

Ref. 311.92.44.51.01.003 / © Omega

첫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9900' ref. 311.92.44.51.01.003은 2013년, 아폴로 8호의 전설적인 1968년 12월 달 궤도 비행을 기념작으로 출시되면서 오늘날 컬렉션의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그레이 사이드와 화이트 사이드가 연달아 공개되었고, 2017년에는 크로노그래프와 문페이즈를 결합한 블루 사이드 오브 더 문도 등장했습니다.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은 전반적으로 절제된 톤과 매트한 표면 마감을 특징으로, 가장 대중적인 초이스로 꼽힙니다. 44.25mm 의 큰 사이즈임에도 착용감이 좋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합니다 (42mm 시계와 비슷한 핏).

2015년 추가된 다크사이드 오브 더 문 '블랙' 시리즈<br/> © Omega

2015년 추가된 다크사이드 오브 더 문 '블랙' 시리즈
© Omega

레퍼런스 키워드 (2015년 '블랙' 시리즈)

'블랙 블랙' - 311.92.44.51.01.005
'피치 블랙' - 311.92.44.51.01.004
'빈티지 블랙' - 311.92.44.51.01.006
'세드나 블랙' - 311.63.44.51.06.001

오리지널에 이어 2015년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라인을 더 풍성하게 만든 모델들은 업데이트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순서대로 '블랙 블랙', '피치 블랙', '빈티지 블랙', '세드나 블랙'과 같은 닉네임들도 부여되었답니다.

2025년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 © Omega

2025년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 © Omega

10월에는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있는 신제품 출시가 있었습니다. 그중 새롭게 출시된 그레이 사이드 오브 더 문 모델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레이 사이드 오브 더 문 / © Omega

그레이 사이드 오브 더 문 / © Omega

이 모델은 이전 그레이 사이드가 아니라,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아폴로 8 모델의 정신적 후계자로서 달 표면을 연상시키는 다이얼 마감과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 칼리버 3869(3861 기반)를 공유합니다. 세밀한 마감 처리가 돋보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부분 노출된 메인 플레이트와 레이저로 조각된 달 표면을 드러냅니다.

© Chisholm Hunter

© Chisholm Hunter

레퍼런스 키워드 (2025년 라인업)

러버/패브릭 스트랩으로 나눠집니다.

'블랙 화이트' - 310.92.44.51.01.002/004
'블랙 블랙' - 310.92.44.51.01.003/005
'블랙 레드' - 310.92.44.51.01.001
그레이 사이드 - 310.92.44.50.06.001/002

파트 2에서는 '아트 오브 퓨전'으로 과감한 도전을 하는 위블로, 보수적이지만 확실한 블랑팡, 그리고 세라믹 시계 중 가장 강력한 프리미엄을 자랑하는 오데마 피게의 모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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