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랄드 젠타와 로열 오크
시계 디자인의 아버지
Brand Focus

시계 역사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콤비가 있습니다. 제랄드 젠타와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하이엔드 스포츠시계의 시대를 개척한 천재 디자이너의 배경과 로열 오크의 탄생 스토리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제랄드 젠타의 시작

1931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제랄드 젠타는 시계 업계에 진출하기 전, 보석 디자이너와 금 세공인으로서 이미 유명세를 얻은 인재였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시계 업계에 진출한 이래 유니버설 제네바와 오메가와 같은 유명 브랜드들의 커미션을 받으며 경력을 쌓았습니다. 독립적인 성격의 젠타는 작지만 명성이 높은 오데마 피게(이하 AP)의 장인 정신에 이끌려 비공식 파트너가 됩니다.

Disco Volante / ⓒ Sabiwatches

Disco Volante / ⓒ Sabiwatches

Model 5182 / ⓒ Hodinkee

Model 5182 / ⓒ Hodinkee

쥬얼리 디자이너 시절 그는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결정적 요소는 보석의 재질보다 차별화될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이라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AP와의 초창기 협업만 봐도 젠타의 뮤즈는 기하학인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선들로 이룬 대칭적 디자인으로 드레스 워치의 품격을 높여준 ‘Disco Volante’와 비대칭의 아방가르드 미학이 담긴 ‘Ref. 5182’ 같은 시계들은 젠타의 디자인 철학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탄생한 로열 오크

로열 오크의 제작과정 신화는 1970년, 스위스 시계 박람회(Basel Fair) 하루 전인 4월 10일에 시작됩니다. AP의 사장 골레이는 젠타에게 긴급하게 새로운 미션을 전달했습니다. ‘모던한 소비자를 위한 고급 방수 스포츠 시계’라는 야심적 아이디어였죠. 당시 화려한 드레스 워치 메이커로 브랜드 이미지를 굳혀가던 AP에게는 포화된 스포츠 시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젠타의 기적이 필요하던 때였습니다. 스틸 소재 '스포츠 시계의 럭셔리화' 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하던 것입니다.

1970 바젤월드 박람회 / ⓒ Audemarspiguet

1970 바젤월드 박람회 / ⓒ Audemarspiguet

AP의 사장 골레이와 젠타는 같은 시계를 착용할 정도로 각별한 비즈니스 파트너 겸 친구였습니다. 2011년 젠타의 인터뷰 중 “우리는 완벽한 공생관계를 이루고 었었다”라는 증언이 남겨져 있었고, 골레이의 까다로운 요청들을 직감적으로 이해했다는 젠타 부인의 증언 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계 박람회를 위한 AP부스를 직접 설치하고 있던 젠타는 ‘럭셔리 스포츠 시계'라는 젠타의 주문을 받고 단 하룻밤 사이에, 딱 한 번의 수정을 거쳐 도안을 완성합니다.

구식 다이빙 헬멧

구식 다이빙 헬멧

시계 디자이너의 탄생

사실 제랄드 젠타가 로열 오크를 만들어내기 이전에는 세상에 '시계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완성된 시계 본체에 다이얼 색상과 베젤 소재를 코디하는 ‘시계 스타일리스트’은 있었지만, 디자인 설계부터 완성단계까지 개입하는 특수한 직책은 없었죠.

ⓒ Watchcollectinglifestyle

ⓒ Watchcollectinglifestyle

팔각 케이스만큼 상징적인 타피세리 다이얼을 입히는데도 젠타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다이얼 제조사가 고안한 템플릿은 무려 300개였는데, 최종 결정을 제조사 회장과 함께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Petite Tapisserie’라는 다이얼은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슬림한 케이스에 알맞은 무브먼트는 AP와 함께 골랐습니다. 수십 년 동안 최대 얇기를 자랑한 Cal. 2120을 탑재하여 슬림한 스포츠 워치로 탄생시켰죠.
1971년, AP는 최초 물량 1,000개의 스틸 모델을 주문합니다.

그 해 AP의 총 시계 판매량은 6,217개였습니다. 로열 오크가 불러올 시계 혁명이 예견된 결과입니다. AP는 이후 로열 오크의 모델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계로 성장시켰습니다. 현재는 AP 판매량의 90%를 로열 오크 라인이 차지한다고 추산됩니다.

Royal Oak 15510ST.OO.1320ST.03

Royal Oak 15510ST.OO.1320ST.03

41mm, 화이트, 50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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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Oak 15510ST.OO.1320ST.04

Royal Oak 15510ST.OO.1320ST.04

41mm, 그린, 50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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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Oak 15510ST.OO.1320ST.01

Royal Oak 15510ST.OO.1320ST.01

41mm, 블루, 50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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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타의 신화는 계속 된다

ⓒ Sotheby’s

ⓒ Sotheby’s

태생이 프리랜서였던 젠타는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로열 오크가 첫 출시되고 불과 4년 뒤 1976년, 럭셔리 스틸 스포츠 시계의 두 번째 아이콘이 소개됩니다. 비슷한 성격을 지닌 시계가 떠오르나요? 그것은 바로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였습니다. 노틸러스의 탄생에도 로열 오크 못지않은 신화가 있습니다. 1974년 시계 박람회를 참석하던 젠타는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 도중 파텍 필립 간부들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게 됩니다. 식당 스태프에게서 빌린 종이와 펜으로 5분 만에 노틸러스 도안을 그리게 되었다는 ‘젠타스러운’ 이야기가 노틸러스에 담겨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 A Collected Man / ⓒ Timeandwatches /<br/>ⓒ Crownandcaliber

ⓒ A Collected Man / ⓒ Timeandwatches /
ⓒ Crownandcaliber

1976년, 노틸러스가 출시된 같은 해에 IWC의 Ingenieur, 1977년에는 불가리의 BVLGARI를 디자인하여 시계 브랜드들의 차별화 전략에 기여를 합니다.
젠타의 마지막 유산 중 하나는 까르띠에의 Pasha de Cartier입니다. 까르티에 특유의 엘레강스함을 유지하면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뿜어낼 수 있는 시계를 제작할 사람은 당시 아마 젠타밖에 없었을 겁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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