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스 앤 원더스(Watches and Wonders)가 열리는 4월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롤렉스 신제품으로 어떤 시계가 등장할지를 놓고 쏟아지는 각종 예측이죠. 그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가까운 예측도 있고, 마치 미래를 보고 온 듯 실제 신제품과 제법 비슷한 추측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신제품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방식 중 하나일 텐데요. 여러분은 이번 롤렉스 신제품을 예상하면서 얼마나 높은 적중률을 기록하셨나요?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제 적중률은 0%였습니다.

ⓒ Rolex
방수 케이스 오이스터가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1926년 등장한 롤렉스 최초의 방수, 방진 케이스인 오이스터는 롤렉스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당시 많은 시계회사가 손목시계의 방수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모색을 할 때, 롤렉스는 케이스의 곳곳의 틈새를 스크류 다운 구조로 막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정밀하게 가공한 나사산을 가진 케이스 부품을 서로 단단하게 조여서 틈새를 없애려는 발상이었죠. 그 시기에는 지금처럼 성능 좋은 고무 개스킷이 없어서, 금속 부품끼리 빈틈없이 꽉 결합하는 다소 원초적이면서도 정교한 방식이었습니다. 아무튼 정밀한 가공 덕분에 당시 기준으로 뛰어난 방수 성능을 확보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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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터 퍼페츄얼 41 Ref. 134303은 1926년 첫 오이스터 방수시계에 대한 헌정을 담은 모델입니다. 첫 오이스터 모델을 옐로우 골드 케이스로 만들었던 사실을 반영해, Ref. 134303의 베젤과 크라운을 옐로우 골드로 만들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부분은 오이스터 스틸로 되어있는데요. 현행 컬렉션에서 옐로우 골드와 스틸의 투톤 조합이라면, 브레이슬릿의 가운데 링크도 골드로 제작해야 하지만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예외를 적용했습니다.
크라운에는 트윈록(Twinlock)의 ‘투 도트’ 대신 숫자 ‘100’을 넣고, 다이얼 6시 방향의 ‘Swiss Made’ 대신 ‘100 YEARS’를 넣어 기념 모델의 성격을 드러냈습니다. 소소하게는 브랜드명과 5분 마커가 롤렉스 그린 컬러라는 점도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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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컬렉션 중에서 오이스터 퍼페츄얼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 오이스터가 시, 분, 초침만 가진 타임 온리였고 기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컬렉션이 오이스터 퍼페츄얼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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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의 구성은 현행 퍼페츄얼 캘린더와 같습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3230을 탑재했고 70시간 파워리저브인 점도 동일합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최상급 크로노미터(Superlative Chronometer) 인증 기준이 강화된 것입니다. 새 기준에는 자기 저항성
(Resistance to magnetism), 신뢰성(Relia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세 가지 항목이 추가되었고, 최종 성능의 확인은 물론 개발과 생산 단계에서 사전 검증을 더해 인증의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하루 오차범위는 전과 다름없이 –2~+2초지만, 강화된 인증으로 인해 더욱 솔리드 한 신뢰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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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태식이…아니, 요트마스터 II가 돌아왔습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컬렉션에서 자취를 감췄던 요트마스터 II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복귀했습니다. 무엇보다 전작의 가장 큰 불편 요소로 꼽히던 레가타(Regatta) 카운트다운 설정 방식이 훨씬 간단해 졌습니다. 이전에는 베젤을 돌리고 크라운을 조작해 카운트다운 시작점을 맞춰야 했지만, 이제는 푸시 버튼으로 보다 손쉽게 세팅할 수 있도록 바뀌 조작체계의 개선과 함께 외관에서도 업그레이드가 도드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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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를 떠올리는 블루 세라믹 베젤과 매트한 화이트 다이얼의 질감은 요트 같은 마린 스포츠와 찰떡입니다. 여기에 카운트다운을 위한 인덱스의 범위도 12시부터 10시까지 300도 구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시원시원한 가독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베젤은 요트마스터 I처럼 60분 눈금을 택했고, 인덱스는 도트와 바를 혼합한 프로페셔널 라인의 스타일로 정리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조금 튀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프로페셔널 라인 속으로 잘 녹아 든 인상입니다. 요트마스터 II는 우선 오이스터 스틸과 옐로 골드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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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조금 특별한 데이토나가 등장했습니다. 그동안 요트마스터 I의 전용 조합처럼 여겨졌던 롤레지움이 새 데이토나 모델에 적용된 것입니다. 베젤 링과 시스루 백의 외곽 링에는 플래티넘을 사용하고, 그 밖의 케이스 대부분은 오이스터스틸로 제작했습니다. 특별한 부분은 케이스 조합에만 있지 않습니다. 데이-데이트 36 ‘직소 퍼즐(이모지)’을 통해 확인된 에나멜 아트가 이 모델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화이트 다이얼은 에나멜 기법으로 제작되어 특유의 뽀얀 광택을 드러냅니다. 베젤의 숫자는 전부 수직으로 정렬된 구성으로 변경되었고, 시스루 백으로 칼리버를 감상할 수 있는 소수의 데이토나이기도 합니다. 다만 정도라면 ‘특별함’이란 이유로 골드 케이스의 데이토나보다 비싼 가격표를 달아도 괜찮을까요? 그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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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터 퍼페츄얼 36의 신제품으로는 1970년대 말에 도입된 주빌리 모티프를 그래픽 패턴으로 재해석한 모델이 공개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일명 ‘컴퓨터판’으로 부르던 디테일로 이번에는 각인 대신 10가지 이상의 컬러로 롤렉스의 이름을 표현했습니다. 다양한 색을 정교하게 조합해야 하는 만큼 제작과정 역시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각각의 그래픽 패턴이 오차 없이 정확한 위치에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만큼이나 높은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다이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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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화이트 골드의 데이트저스트 41에서는 그린 옴브레 버전이 추가되어, 보기 드물었던 그린 옴브레의 선택지를 넓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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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톤 레커 다이얼과 옐로우 골드 케이스의 오이스터 퍼페츄얼 28, 블루 스톤 레커 다이얼과 에버로즈 케이스의 오이스터 퍼페츄얼 34는 골드 케이스로 제작된 모델로는 처음으로 케이스 거의 대부분에 무광의 새틴 처리를 했습니다. 돔 베젤만 유광의 폴리시드 가공해 신선한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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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롤렉스 신제품은 작년 랜드-드웰러가 보여줬던 강렬한 신선함과는 결이 다릅니다. 대신 익숙한 컬렉션 안에서 기능을 손보고, 소재를 조합하고, 디테일을 다듬는 방식으로 진화를 보여줬습니다. 그 변화 하나하나는 롤렉스의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번 신제품은 화려한 진화라기보다 롤렉스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린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