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초입인가 했더니 벌써 낮기온이 3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기입니다. 시계업계의 영원한 스테레오 타입이긴 하지만, 가죽 스트랩 시계를 풀고 브레이슬릿이 달린 시계를 찰 때가 온 것이죠. 덥고 습한 날씨에 흘러내리는 땀은 끈적해서 불쾌할 뿐 아니라 가죽 스트랩에 스며들어 변색을 일으키고 악취의 원인이 됩니다. 샤워하는 것 처럼 물을 뿌려 시원하게 씻어주고 싶지만, 가죽 소재의 특성상 어려운 일입니다. 이렇다 보니 여름에는 착용하기 편한 시계가 최고입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6에서 얇으면서 브레이슬릿을 가진 신제품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슬림 브레이슬릿 워치는 이지 웨어링의 아주 좋은 요건입니다. 케이스가 얇으면 손목에 밀착되기 쉽고 무게도 가볍습니다. 브레이슬릿이라서 땀도 덜 차고 관리하기도 쉬우니까요.
새로운 자체 규격인 HPG(High Precision Guarantee)를 들고 나온 마스터 컨트롤 크로노미터는 일체형 브레이슬릿 스타일의 시계입니다. 브레이슬릿은 가운데 링크를 중심에 두고 좌우 대칭을 이루는 3링크 구조를 택했습니다. 좌우 양측의 링크는 모서리를 베벨링 한 뒤 폴리시드로 마무리하여 위아래의 링크가 만나는 면은 V자 모양이 나타납니다. 이 디테일은 마스터 컨트롤의 인덱스 디자인과 유사하도록 의도된 것으로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데이트 기능을 기준으로 케이스 두께는 불과 8.4mm이며 그에 비례해 얇은 브레이슬릿은 이지 웨어링에 최적입니다. 스포츠 워치라고 하기에는 드레시한 느낌을 많이 살린 시계지만, 방수가 50m여서 브레이슬릿을 물로 살살 씻어 쉽게 관리가 가능합니다.

Master Control Chronometre Date
ⓒ Jager-LeCoul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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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 뒤몽은 이번에 브레이슬릿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스포츠 워치의 브레이슬릿과 비교하면 결이 좀 다릅니다. 브레이슬릿은 총 394개의 아주 작은 링크로 구성된 15열 메쉬 구조입니다. 각 링크는 약 1.15mm 두께의 아주 작은 피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포츠 워치 브레이슬릿에 비해 훨씬 얇고 유연한 구조입니다. 때문에 손목에 올리면 착 붙는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슬릿은 마치 실크나 패브릭 같은 느낌을 주며, 얇은 산토스 뒤몽의 케이스와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최상의 착용감을 찾는다면 이번 산토스 뒤몽이 정답이지만, 스틸이나 티타늄 소재가 아닌 골드여서 무게로 인한 마이너스는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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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7.35mm의 울트라 씬 오버시즈가 새로 선보였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울트라 씬 셀프와인딩을 담당했던 칼리버 1120을 대체할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2550 덕분입니다. 새 무브먼트는 마이크로 로터로 두께를 2.4mm까지 줄였고, 더블 배럴 탑재로 파워리저브는 80시간에 달합니다. 다른 경쟁사들이 이미 울트라 씬 칼리버를 확보한 시점이라 다소 늦은 타이밍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얇은 시계와 컴플리케이션의 베이스 무브먼트로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대 가장 얇은 오버시즈로 나온 만큼 얇은 두께로 얻는 착용감의 이점은 분명합니다. 말테 크로스를 이미지한 브레이슬릿의 가동 범위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신작은 플래티넘 케이스라 무겁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틸 버전이 곧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가죽 스트랩이나 러버 밴드가 동봉되므로 착용감을 향상시킬 대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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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50주년을 기념해 나온 에디션 중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Ref. 5810/1G는 두께 6.9mm와 극도로 유연한 브레이슬릿 덕분에 착용감이 빼어납니다.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의 브레이슬릿에 비하면 거의 연체동물에 가까울 정도로 링크의 가동 범위가 넓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흐느적 거린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브레이슬릿은 약간의 호불호도 있지만, 손목에 붙는 느낌은 최상입니다. Ref. 5810/1G는 현행인 Ref. 5811/1G의 두께 8.2mm에 비해 1mm 이상 얇고, 원점의 투 핸즈 노틸러스에 더욱 가깝습니다. 이지 웨어링 관점에서는 화이트 골드의 무게와 30m 방수가 다소 약점입니다. 흐르는 물에 편하게 세척하기에 어려운 점도 고려대상입니다.

ⓒ Patek Philippe
슬림 브레이슬릿이 견고하면서 착용감이 빼어나며, 소재가 스틸이나 티타늄이라면 관리도 편합니다. 다만 브레이슬릿은 세척하고 잘 말려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시계를 깨끗하게 착용하는 습관이 있다면 평소에 브레이슬릿 표면이 상처 입지 않을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러버 밴드의 착용감은 신축성이 있어 좋고, 관리 측면에서는 브레이슬릿을 압도합니다. 소모품 개념이라 신경 쓸 부분도 적어서 이지 웨어링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용 파일럿 워치가 컬렉션의 시작점이지만 현대에 맞춘 편의성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IWC 파일럿 워치입니다. 그런 편의성의 하나로 러버 밴드의 사용을 들 수 있습니다. 파일럿이자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재단과 인연을 맺은 지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IWC는 다양한 기념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파일럿 워치를 대표하는 기능인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어린왕자 에디션의 특징인 블루 다이얼과 동화 어린왕자의 삽화를 케이스백에 새겼습니다. 블루 다이얼의 선명함을 강조하는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에 맞춰 화이트 러버 밴드를 매치해 통일성을 꾀했습니다. 케이스 두께가 15.5mm로 제법 두껍지만, 탄력 있는 러버 밴드와 아래로 꺾인 러그가 착용감 향상에 기여합니다.

ⓒ IWC

ⓒ IWC
본격적인 스포츠 워치 장르로 가면 방수나 충격 같은 기능성에 의한 두께 증가가 필연적입니다. 오메가의 신작 다이버 워치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도 방수 성능에 따른 두께(13.79 mm)가 만만치 않죠. 다이버 워치라면 클라스프의 다이빙 익스텐션의 미세 조정으로 착용감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러버 밴드의 역할도 큽니다. 특히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러버 밴드의 효용성은 발군입니다. 신작은 오렌지 색상을 악센트로 사용해 온 플래닛 오션의 전통을 잘 살렸습니다. 3, 6, 9, 12시의 오렌지 인덱스와 같은 색상의 베젤이 그 예인데요. 좀 더 강렬함을 원하는 수요에 맞춰 오렌지 러버 밴드 버전도 선을 보여 선택지를 넓혔습니다. 스페셜 컬러인 만큼 가격도 블랙이나 블루 버전에 비해 약간 더 고가입니다.

ⓒ Omega

https://www.europeanwatch.com
올해 공개한 신작을 중심으로 이지 웨어링 워치를 꼽아봤습니다. 소개해 드린 시계들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다가온 여름의 초입, 다가올 한여름에 편하게 착용할 시계 찾기에 힌트가 되길 바라며, 이번 편에서는 여기서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