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날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는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무려 여덟 시즌을 방영했고, 그 사이 영화 F1이 개봉하면서 국내에서도 F1의 대중적 관심이 올라갔습니다.F1은 전세계 8억명의 팬과 연간 누적 시청자(2025년) 18억명에 달합니다. 모터스포츠 중에서 세계 최대이고, 다른 스포츠와 비교하더라도 최상위급 스포츠에 달하는 만큼 스폰서들도 어마어마합니다. 그 중에는 시계회사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들이 F1팀과 협업해서 내놓는 다양한 컨셉의 시계도 F1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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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24년까지 F1의 글로벌 파트너이자 공식 타임키퍼였던 롤렉스. 레이스가 벌어지는 서킷에는 초록 배경의 노란색 롤렉스 로고와 데이트저스트, 데이토나의 디자인을 한 대형 시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25년부터 글로벌 스폰서가 LVMH에 그룹으로 바뀌면서 서킷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죠. LVMH와 태그호이어의 커다란 광고판, 태그호이어 포뮬러 1 디자인의 대형 시계, 우승 트로피를 위한 루이 비통 트로피 트렁크. 공식 샴페인은 모에&샹동으로 LVMH 그룹 산하 브랜드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최근 시계에서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루이 비통은 F1을 테마로 한 새로운 시계를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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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TAG Heuer)의 역사는 곧 레이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레이스 DNA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죠. 1971년부터 1979년까지 호이어(태그호이어의 전신)는 페라리의 공식 타이밍 파트너이자 스폰서로 활동하며 모터스포츠와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스위스 시계 산업은 쿼츠 쇼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호이어 역시 경영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1985년에는 룩셈부르크의 태그(TAG:Techniques d'Avant Garde) 그룹이 호이어를 인수하며 브랜드명을 현재의 태그호이어로 변경했습니다. 태그는 이미 윌리엄스를 후원하며 F1에 관여하고 있었고, 이후 맥라렌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팀 운영에도 깊숙이 참여했습니다. 태그의 지원 아래 개발된 태그-포르쉐 엔진을 장착한 맥라렌은 1984년과 1985년 연속으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이 무렵 F1을 테마로 선보인 시계가 1986년의 포뮬러 1 컬렉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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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는 F1 공식 타임키퍼의 복귀와 맞물려 포뮬러 1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의 새로운 모델을 투입했습니다.
베젤과 미들 케이스, 로워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렛의 크게 두 부분으로 시각적 분리를 꾀한 케이스가 특징입니다. 지름 44mm 대비 극히 짧은 47.3mm의 러그 투 러그로 좋은 착용감을 꾀했고, 브레이크 디스크를 연상시키는 베젤 측면의 미세 천공 디테일이나 케이스백의 체크 플래그 패턴은 레이스와 F1 카를 떠올리게 합니다. 케이스 소재는 기존 스테인레스 스틸에서 티타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볼드한 타키미터 스케일로 속도감을 구현하는 한편, 블랙 DLC처리한 알루미늄 베젤을 택해 경량성을 강조합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소재로도 컬렉션의 테마인 포뮬러 1을 충실히 반영하는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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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의 F1 공식 타임키퍼 복귀를 기념하는 모델 중 가장 현대적인 기술의 집약 버전이 바로 커넥티드 칼리버 E5 45 mm 포뮬러 1 에디션입니다. 일반적인 커넥티드 워치가 제공하는 공통된 편의기능 외에 시즌에 따라 업데이트되는 F1 전용 워치페이스, 내장한 포뮬러 원 앱을 이용해 경기 일정, 라이브 결과, 세션 종료 후 드라이버 및 팀 순위를 손목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드 2 티타늄 케이스, F1 일정을 새긴 베젤, 레드 푸셔, 카본 패턴 스트랩 같은 디테일을 통해서도 F1의 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F1 팀과 시계회사들은 협업은 시계애호가, F1 팬 모두에게 있어 화제가 됩니다. 페라리처럼 인기가 높은 F1 팀은 시계회사들이 줄을 서곤 하죠. 현재 시계회사와 손을 잡은 F1팀은 페라리(리차드 밀), 맥라렌(리차드 밀), 메르세데스(IWC), 레드불(태그호이어), 알핀(모저앤씨), 애스턴마틴(브라이틀링), 레이싱불스(튜더)로 전통의 명가 윌리엄스와 신생팀인 캐딜락, 아우디 등은 아직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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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 (Tudor)는 레이싱 불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F1 무대에 합류했습니다. 블랙 베이 크로노 카본 26은 2026 시즌 레이싱 불스의 F1 카인 VCARB 03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로, 팀 컬러를 반영한 화이트 다이얼과 옐로우 포인트를 적용해 레이스카의 분위기를 담아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카본 파이버 케이스입니다. 심지어 베젤과 스트랩 엔드 링크에도 카본을 적용했죠. 티타늄 케이스백과 푸시 버튼을 조합해 무게를 줄였으며, 이는 성능 향상을 위해 경량화에 집중하는 F1 카의 개발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내부에는 컬럼 휠과 버티컬 클러치를 갖춘 MT5813 칼리버를 탑재해 약 7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팀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소재와 컬러, 기술적 특징을 통해 레이싱 불스의 정체성을 녹여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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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르 페리고와 협업하던 애스턴 마틴은 계약 종료 직후 새로운 파트너로 브라이틀링을 선택했습니다. 브라이틀링은 탑 타임처럼 레이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닌 컬렉션 대신 브랜드를 대표하는 내비타이머를 기반으로 협업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지름 43mm 크로노그래프를 바탕으로 카본 다이얼과 티타늄 케이스를 적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 대비 약 15%의 경량화를 이뤘으며, 이는 차체 경량화에 집중하는 2026년 F1 기술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애스턴 마틴 로고를 새긴 전용 블랙 로터와 플랫한 표면 마감을 적용한 칼리버 B01을 탑재해 팀의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브라이틀링의 상징인 슬라이드 룰에는 야광 처리를 더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한층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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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시즌을 단독 질주 중인 메르세데스는 IWC와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IWC는 메르세데스를 위한 팀 워치를 비롯해 2025년에는 팀 프린시펄이자 CEO인 토토 울프를 위한 에디션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영화 F1의 가상 팀인 APXGP팀을 위한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APXGP도 내놓은 바 있죠. 메르세데스 팀의 드라이버 조지 러셀을 위한 모델 또한 존재합니다. 파일럿 워치 오토매틱 41을 베이스로 블랙 세라믹 케이스에 선명한 블루 인덱스와 러버 밴드로 포인트를 준 모델입니다. 케이스백에는 조지 러셀의 드라이버 넘버 63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현재 조지 러셀 이상으로 맹활약하며 드라이버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동료 키미 안토넬리 에디션의 등장은 이제 초읽기가 아닐까 합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