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소재의 하나는 천연석입니다. 이것을 이용해 만든 스톤 다이얼 시계를 이전보다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요. 스톤 다이얼에 쓰이는 광물은 지질 활동에서 열, 압력, 화학 반응이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에 걸친 시간에 걸쳐 빚어낸 자연의 기록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담아내는 시계와 시간을 품고 탄생한 광물이 만난다는 점에서 스톤 다이얼은 더욱 특별하게 여겨집니다.

다양한 컬러의 피아제 스톤 다이얼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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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는 무브먼트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시계 제조와 주얼리, 주얼리 워치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현대 스톤 다이얼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유는 1960년대부터 오너멘털 스톤(Ornamental stone)을 체계적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얼리와 접점이 있지만 주얼리와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오너멘털 스톤은 색, 무늬나 질감 자체를 활용하는 장식용 천연석으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주로 다이얼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세팅해서 광채와 반짝임을 이용하는 주얼리와 다른 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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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멘털 스톤 다이얼(이하 스톤 다이얼)의 소재는 보통 암석, 광물이나 준광물, 천연 유리, 운석을 폭넓게 아우릅니다. 지질학적 분류로 보면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시계업계에서 통용되는 관용적인 용어라고 정의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스톤 다이얼은 소재가 무엇이든 간에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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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얇게 가공해야 합니다. 브랜드에 따라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0.3~0.5mm 범위의 두께로 절삭해야 합니다. 두껍게 가공하면 기존 다이얼에 맞춰진 케이스에 넣을 수 없거나 케이스를 전용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가공시에 잘 깨지기도 하고, 소재에 따라 성격과 결이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공정으로 가공할 수 없습니다. 스톤 다이얼의 유니크함을 결정하는 요소인 색, 무늬, 질감을 살리기 위해 어느 부분을 어떤 각도로 절단해야 하는지 잘 고려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원석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인 경우도 있죠. 무엇보다 수급의 어려움이 따릅니다. 일부 운석이나 암석은 산지의 생산량이나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스톤 다이얼은 소재의 희소성과 높은 제작 난이도가 결합해 완성됩니다. 이것이 스톤 다이얼이 높은 가치를 지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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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는 올해 스톤 다이얼 시계를 다수 선보였습니다. 스톤 다이얼의 원조 맛집다운 다채로움을 보여줬는데요. 앤디 워홀 재단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앤디 워홀 시계 ‘콜라주’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중 가장 돋보이는 신작입니다. 이 시계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1986년 제작한 폴라로이드 콜라주 자화상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노랑, 분홍, 초록, 검정으로 구성된 색채와 구성을 추상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옐로우 서펀틴(Serpentine), 핑크 오팔, 그린 크리소프레이즈(Chrysoprase), 오닉스 원석으로 만든 네 개의 패널을 쪽매붙임(Marquetry) 했습니다. 워홀을 상징하는 바나나나 캠벨 수프 캔 같은 직접적인 모티프는 배제하고 색과 소재로 작품의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서로 다른 질감과 색을 지닌 천연석을 정밀하게 절단해 하나의 다이얼로 이어 붙이는 기법은 일반적인 스톤 다이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제작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기교에서도 한수 높은, 원조다운 완성도를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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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가 스톤 다이얼의 원조 격이라면 이를 대중화한 브랜드는 롤렉스입니다. 롤렉스는 1970년대 다이얼 제조사 스테른 프레르(Stern Frères)와 협력해 스톤 다이얼을 도입했고, 이후 데이-데이트와 데이트저스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 특히 당시 최상위 컬렉션이던 데이-데이트에는 블루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 소달라이트(Sodalite), 말라카이트(Malachite), 타이거 아이, 터키석 등 다양한 천연석 다이얼이 적용됐습니다. 데이-데이트 Ref. 18038 가운데에는 오닉스나 라피스 라줄리 다이얼에 시간 인덱스를 과감히 생략해 소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모델도 있습니다. 또한 데이토나 '비치(Beach)' 시리즈에서는 블루와 그린 모델에 각각 터키석과 크리소프레이즈 다이얼을 적용해 선명한 색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롤렉스는 스톤 다이얼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GMT-마스터 II와 데이토나에서는 운석 다이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GMT-마스터 II Ref. 126715CHNR 타이거 아이언은 타이거 아이, 레드 재스퍼, 실버 헤마타이트가 결합된 복합 광물 다이얼을 사용해 황금빛과 적갈색, 은회색이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개체에 따라서는 목성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무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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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링크를 정밀하게 가공하고 연결해 섬유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15연 브레이슬릿을 선보인 산토스 듀몽에는 또 하나 주목할 시계가 있습니다. 블랙 옵시디언 다이얼을 적용한 버전으로 여느 산토스 듀몽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멕시코산 화산 유리인 길디드 옵시디언(Gilded Obsidian) 다이얼은 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반사 효과를 보여줍니다. 내부에 갇힌 미세한 공기방울 때문에 검은 바탕 아래에서 금빛이 은은하게 떠오릅니다. 천연석은 아니지만 천연 유리 역시 스톤 다이얼 소재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일반적인 래커 블랙 다이얼에서는 보기 어려운 깊이감과 광택, 입체적인 표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브레이슬릿의 화려한 광채와 어우러져 복잡미묘한 빛의 세계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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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 역시 스톤 다이얼을 꾸준히 선보여 온 브랜드입니다. 과거에는 스톤 다이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스 아게이트(Moss Agate) 같은 반투명 천연석으로 무브먼트 플레이트를 제작하는 시도도 했습니다. 이를 보면 천연석을 다루는 노하우가 상당하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로열 오크 Ref. 15513BA.OO.1320BA.01은 옐로우 골드 케이스와 말라카이트 다이얼을 조합해 정석적인 보색 대비를 완성했습니다. 각각의 색상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합이죠. 말라카이트 다이얼은 잔잔한 물결이 이는 초록빛 호수를 연상시킵니다. 은은한 그라데이션 패턴은 선명한 나이테나 뚜렷한 결을 드러내는 일반적인 말라카이트의 단면과 대비를 이룹니다. 오데마 피게는 말라카이트의 전형적인 무늬를 뒤집어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구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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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은 고급 건축 소재의 하나입니다. 불가리는 로마 건축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대리석 다이얼의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마블을 완성했습니다. 불가리는 과거 대리석으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만든 온리 워치(2023년)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푸른 대리석을 다이얼에 사용한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마블은 특유의 고급스러운 무늬는 물론, 케이스 두께 5.35mm의 울트라 씬 케이스에 넣을 수 있도록 극도로 얇게 가공한 기술력도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