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아쿠아테라 사용기
여름을 준비하는 시원한 디자인과 착용감
Review

어느덧 낮 기온이 20도를 가볍게 넘는 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하는 시계는 제가 오랫동안 보관은 했으나 착용횟수는 적었던, 흔히들 말하는 “장롱 속의 시계” 입니다. 사실 여러 차례의 이사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짐들 속에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몰라 집을 한참 뒤적거렸습니다. 
시계 덕분에 대청소를 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찾아낸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오메가 아쿠아테라 (Omega Aqua Terra 2503.80.00) 입니다. 

© omegawatches

© omegawatches

아쿠아테라 컬렉션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저보다 시계를 소중하게 다뤄온 애호가분들이 많을테니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실착에 초점을 맞춘 개인이 경험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watchcharts

© watchcharts

다이얼

사람들마다 처음 시계를 볼 때 눈이 가는 부위가 다 다른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시계에 따라서도 바뀔 수도 있겠네요. 저는 보통 다이얼에 먼저 눈이 가고 유심히 보게 되는데, 이번 시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블루 다이얼 광채가 잘 살아있는 다이얼

블루 다이얼 광채가 잘 살아있는 다이얼

첫번째로 떠오르는 단어가 “Bling” 입니다.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적인 역할도 하지만, 외적으로 보여주는 멋스러움도 빼놓을 수 없듯이 이 시계는 멋쟁이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시계는 15년 전에 삼촌으로부터 선물받았습니다. 당시엔 느끼지 못했는데, 다이얼 내부 직경이 39.2mm 치곤 생각보다 여유 있게 배치되어 있어 블루 다이얼 색상의 시원함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이얼의 광 또한 15년 지난 시계라고 믿기엔 생각보다 상태가 우수하고, 케이스 재질 스테인리스 스틸과 어울러지니 고급스러움은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서 과거에 전문가가 폴리싱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변형은 없어 보여서 다행히 실력자의 손을 거쳐간 듯 합니다. 

15년차 시계의 Bling

15년차 시계의 Bling

개인적으로는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다이얼의 광과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생각보다 강하게 반사되기도 해서 과한 Bling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은 조금 아쉬워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특징을 이용하여 심플하고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여름 패션에 포인트로 착용하기엔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보통 시계가 아니야”)

(“나는 보통 시계가 아니야”)

인덱스와 핸즈도 최초 제작시 진행된 날카로운 폴리싱이 여전히 살아있어 자연광 아래 반짝임이 매력 있습니다. 특히나 뾰족한 핸즈와 테이퍼링된 인덱스는 시간의 엄격함(?)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 이 시계를 차면 시간약속은 무조건 잘 지켜야겠다는 무언의 압박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나는 네가 아는 보통 시계가 아니야” 라고 훈계를 늘어 놓는 것 같아 뜨끔하는 순간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더 자주 외출을 시켰어야 하는 주인이 반성합니다.)

야광 lume이 아직 살아있다니…

야광 lume이 아직 살아있다니…

해질녘 어두운 방안에서 홀로 시계를 관찰해보니 인덱스쪽과 핸즈 끝 야광점들이 마치 반딧불이 같이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점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작은 빛까지 발견하니 제 내면에 갇힌 어린아이가 좋아합니다. 다만, 대략 5분정도 어둠 속에서 만지작거리다 보니 기능적으로는 야광의 필요성이 있을까 싶은 의문이 개인적으로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단순하게 어두운 곳에서 야광이란 재미요소를 기대하고 원하시는 분이라면 크게 거슬림없이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케이스

케이스 직경은 39.2mm 라서 40mm 이하를 선호하는 저한테는 최적입니다. 1세대 아쿠아테라는 2000년대 초반 3가지 사이즈(42.2mm, 39.2mm, 36.2mm)로 출시되었다고 하는데, 이 시계는 중간 사이즈인 39.2mm인가 봅니다. 
단순하게 사이즈로만 비교했을 때 Rolex Oyster Perpetual 39 Blue Dial 114300 이 떠오릅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너무나 다른 시계지만요.

Omega Aqua Terra 2503.80.00 vs. Rolex OP 114300

Omega Aqua Terra 2503.80.00 vs. Rolex OP 114300

럭투럭(Lug to lug) 길이를 재보니 약 47mm 정도로 실제로는 시계가 더 작게 느껴집니다. 케이스 폭도 11mm 로 얇은 편이라서 손목 위에 올렸을 때 시계의 존재감과 착용감 간의 균형을 잘 맞춘 것 같습니다.  
글을 적다 보니 이전에 리뷰를 썼던 IWC 스핏파이어 (케이스 크기 39mm, 폭 10.8mm)와도 거의 똑같은 사이즈의 시계라는 점이 참 신기합니다. 이런 게 운명인가 봅니다. 

손목 위 11mm 케이스 두께감

손목 위 11mm 케이스 두께감

케이스 소재는 씨마스터 패밀리 이름에 걸맞게 내부식성을 지닌 스테인리스 스틸로 구성되어 있어 여름 더위를 물리칠 수 있을 듯한 시원함을 더해줍니다. 특히, 150m까지 방수기능을 갖추기도 했으니 더 시원하게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만드네요. 

케이스백 / 무브먼트 

케이스백은 투명한 사파이어 씨스루로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씨스루백은 시계의 가치를 새삼 체감 할 수 있게 하는 자극제 같습니다. 

아쿠아테라의 케이스백, Omega Caliber 2500 © watchbase

아쿠아테라의 케이스백, Omega Caliber 2500 © watchbase

시계의 앞면에서는 이 시계의 “예술”을 감상 할 수 있었다면, 뒷면은 숨어있어서 잘 보이질 않는 “기술”을 선사하는 샘입니다. 경험해본 이만 느낄 수 있으나, 지인들에게 널리 공유하고 싶어지는 시계만의 독특한 매력이 다시 한번 피부로 와 닿는 순간입니다. 

이 모델은 오메가 코-엑시얼 칼리버 2500을 탑재했다고 합니다. 이 무브먼트는 1999년 드 빌 컬렉션에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탑재되었으며, 성공에 힘입어 이후 아쿠아테라 라인에도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무브먼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평행 라인 패턴을 이루는  “제네바 스트라이프”, 일명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까지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감상하시길 좋아하시는 시계애호가분들은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신다니 저는 시계인으로써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듭니다.

“제네바 스트라이프”, 일명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의 매력 </br> © millenarywatches

“제네바 스트라이프”, 일명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의 매력
© millenarywatches

추가로 칼리버 2500은 성능 향상을 위해 출시 이후 여러 리비전 버전 (2500A, 2500B, 2500C, 2500D)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이 시계 2503.80.00 은 파워리저브 48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칼리버 2500C 리비전 버전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브레이슬릿

일단 연식과 상관없이 착용감은 평균 이상으로 좋습니다. 저와 같이 손목 털이 많은 사람들은 스틸 브레이슬릿을 착용하여 활동 할 경우 링크들 사이로 털이 빨려들어가서 뽑히기도 하여 의도치 않게 정신이 번쩍 드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털이 뽑히지 않는 브레이슬릿의 모습

털이 뽑히지 않는 브레이슬릿의 모습

137g의 가벼운 시계 중량 때문인지 가끔 시계가 손목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을 경우도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가벼운 산책을 해도 이마 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어느 포근한 날에,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차가움이 손목 피부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슬라이딩 클라스프의 모습

슬라이딩 클라스프의 모습

클라스프는 슬라이딩 클라스프로 버튼을 누르는 식입니다. 실수로 버튼을 눌리면 풀려버릴 까봐 처음에는 조금 조마조마 했습니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일상생활에서 정상활동시에는 문제없이 착용 가능했습니다. 다만, 운동과 같이 격한 움직임이 동반되는 활동시에는 잠시 시계를 풀어 두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총평

15년이란 시간이 지나서도 부담 없이 오메가라는 브랜드를 자랑하며 차기엔 손색이 없는 시계임이 틀림 없습니다. 착용감이 우수하며 무엇보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와 사파이어 크리스탈의 조합은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아쿠아 테라의 깊이 있는 헤리티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자주 차려고 노력도 많이 한 시계였지만, 출근 길에 손에 잘 잡히지 않았던 시계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시선을 사로잡지 않는 시계를 선호하는 편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쿠아 테라는 꾸준한 인기가 있는 컬렉션이라 바이버 내에서도 세대와 사이즈별로 선호도에 따라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구형,신형 불문하고 저보다 더 멋스럽게 착용하는 분들의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Aqua Terra 220.10.41.21.03.004

Aqua Terra 220.10.41.21.03.004

41mm, 블루

link
Aqua Terra 220.10.41.21.03.005

Aqua Terra 220.10.41.21.03.005

41mm, 서머 블루

link
Aqua Terra 2503.80.00

Aqua Terra 2503.80.00

39.2mm, 블루

link

제 손목위에 올려질 다음 시계를 상상하며
이번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평점

Denzel

Watch Ambassador

Watches are expressions of who you are.
Express yourself.

오메가 씨마스터 SEAMASTER
오메가의 최장수 컬렉션
IWC 스핏파이어 사용기 
데일리 툴워치로 제격인 파일럿 워치
커진 만큼 더해가는 만족도
시계의 대형화 (2)
깊은 바다를 향한 여정, 씨드웰러
씨드웰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어떤 시계가 단종될까?
2023 Watches and Wonders (2)
굴처럼 꽉 잠긴 오이스터 케이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2023 온리워치 기대작
2023 ONLY WATCH (2)
변하지 않는 오랜 친구
익스플로러 1 진화 과정
베젤에 따라 달라지는 시계의 얼굴
롤렉스 클래식 라인의 베젤
나와 내 시계 Vol. 2
Rolex 밀가우스와 이희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