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스핏파이어 사용기 
데일리 툴워치로 제격인 파일럿 워치
Review

시계의 계절이 코앞에

겨울 아우터를 벗어 던지고 동네 세탁소에 드라이를 맡긴 지도 이주가 지났습니다. 최근의 포근한 햇살은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처럼 계절이 지나도 익숙하고 반갑기만 합니다.  
‘이제 시계의 계절이 다가왔구나’

아직 시계생활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통장잔고가 허락하는 선에서는 여태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브랜드/모델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갑니다.
여름시즌은 시원함의 대명사인 스틸 스포츠 워치가 정석이라고 하지만, 과거에 제 손목을 거쳐간 스포츠 워치들의 처참한 전투자국들을 회상하게 될 때면 이제는  조금 더 부담 없이 착용 할 수 있는 데일리 툴워치가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최근 몇 개월 동안 주시하던 IWC 파일럿 워치 스핏파이어 (Pilot's Watch Automatic Spitfire) IW326801 를 선택하며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IWC 파일럿 워치 오토매틱 스핏파이어 326801 </br> © IWC

IWC 파일럿 워치 오토매틱 스핏파이어 326801
© IWC

IWC 는 워낙 유명한 모델들을 많이 출시하고 인기를 얻었지만, 이상하게도 빅 파일럿와 같은 큰 사이즈의 시계들만 떠오르는 브랜드였습니다. 손목이 얇은 편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여태껏 큰 관심을 가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종종 나가는 시계모임에서 마크 시리즈가 아니긴 하나, 마크 18에서 영감을 얻어 출시된 스핏파이어 (무려 39mm!)에 대해서 마치 운명같이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렇게 실물로 보게 되니 ‘역시 IWC는 실물파’ 라는 시계생활 선배님들의 지나간 발언들이 문뜩 떠올랐습니다. (사실 모든 시계는 실물파이긴 하죠.)
그럼 시계 부위별로 솔직하고 주관적인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다이얼

첫번째 장점은 우수한 가독성입니다. 블랙 다이얼 위에 아라빅 숫자와 인덱스는 깔끔한 화이트로 표현되어 눈에 너무 잘 들어와서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IWC가 블랙&화이트의 대조미를 노린 것으로 추측되는데, 확실히 사진으로만 감상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블랙 다이얼이지만, 베이지 색감의 핸즈와 3/6/9/12 인덱스가 빈티지함을 더해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IWC스핏파이어 다이얼 © IWC

IWC스핏파이어 다이얼 © IWC

핸즈는 파스텔 계통의 베이지를 사용하였는데, 그 모양이 마치 장검처럼 보이기도 해서 캐쥬얼함이 묻어납니다. 또한, 로듐으로 도금이 되어 있어 밤에는 핸즈가 야광의 매력까지 있습니다. 
다이얼에 SPITFIRE 라는 붉은 글씨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이 색감 선택은 오히려 모델명인 스핏파이어의 “FIRE”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재밌습니다.  색감 선택에서 제조사인 IWC의 고민의 흔적이 남겨진 요소 같습니다. 
3시 날짜창은 심플하게 표현되어 조화로움에 방해가 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날짜창이 없는 모습이 더 밸런스가 좋았을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글라스

글라스는 스크래치가 덜 생기는 사파이어 재질을 사용하였는데, 돔형으로 표현되어 미세한 입체감을 더해줍니다. 또한 글라스 양면에 반사 방지 코팅도 입혀져 있고, 기압강하에도 안전하다니 역시 IWC답게 파일럿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기도 합니다. 

스트랩

올리브 그린 나토 스트랩도 핸즈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밀리터리 느낌을 더해주는 요소 같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다이얼 색감과 더불어 스트랩의 올리브 그린 색상은 오리지널 스핏파이어 조종실(cockpit)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했다고 합니다. 실제 사진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IWC

©IWC

Supermarine spitfire mk vc ©nationalmuseum

Supermarine spitfire mk vc ©nationalmuseum

버클은 스틸 소재 위에 IWC 인그레이빙이 되어 자칫하면 너무 캐쥬얼해 질 수 있는 나토스트랩에서 명품시계 브랜드로써 IWC의 품격을 잘 표현하는듯 합니다. 자세히 보면 버클까지 브러싱되어 있는데, 버클까지 세심히 챙기는 IWC의 철학이 묻어납니다. 

실제 착용 전에는 나토 스트랩 소재의 특성상 피부에 닿았을 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점에서 사실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겉면과는 다르게 스트랩 안쪽은 가죽으로 처리가 되어 마치 가죽 스트랩을 찬 듯한 부드러움에 감탄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저는 손목이 얇은 편이라서 스틸 시계 찼을 경우에는 링크 조절이 필수적이였는데, 나토 스트랩은 오히려 자유롭게 스트랩 조절이 가능하며, 심지어 이중 잠금이 가능하게끔 되어 있어 제가 원하는 툴워치로써 역할은 충분히 하는 것 같습니다.

케이스

제가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 케이스 크기와 두께인데 다행히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개인 취향이긴 하나39mm 사이즈가 마음에 듭니다.

나토 스트랩이 케이스 밑에 붙어있어 손목 위에 얹혔을 때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올까 봐 걱정 했으나, 10.8mm 두께는 과하지 않고 적당한 느낌입니다.

케이스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며, IWC 특유의 곡선 브러싱으로 결이 돋보입니다. 다만 사용하다 스크래치가 발생했을 경우 이런 특유의 결들을 살리기 위해선 폴리싱은 쉽게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제 성격 탓일 수도 있습니다.)

백케이스

@carollinum @wikipedia

@carollinum @wikipedia

백케이스에는 보시다시피 전설적인 전투기 스핏파이어 기종이 인그레이빙 되어 있습니다. 한때 2차 세계대전에서 공중을 장악할 정도로 막대한 공격력을 자랑했던 전투기임은 분명한데, 여기선 왠지 애니메이션 모형기처럼 보여지는 것 같아 뜻하지 않게 귀여움(?) 을 발산하는 듯 합니다. 케이스 마감은 연철 소재를 사용하여 내구성에 각별히 신경을 쓴 모습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무브먼트

아쉽게도 백케이스를 통해서 무브먼트를 볼 순 없지만, 기존에 IWC가 의존하던ETA와 Sellita칼리버를 대체하기 위해서 인하우스로 제작한 자체 무브먼트 32110 이 탑재되었다는 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는듯 합니다. 물론, 무브먼트에 더 민감하신 분들은 ETA-2982의 단순 수정본이라는 비난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IWC의 이런 도전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볼 순 없었지만 아래와 같이 생겼다고 하니 한번 감상하고 가겠습니다.

© watchswiss

© watchswiss

총평

IW326801 스핏파이어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계입니다.  39mm케이스는 손목에 올렸을때 크기가 적당하였으며, 색감 또한 저의 평소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듯 했습니다. 
기대보다 가독성이 우수하고 나토스트랩 안쪽 가죽 덕분에 착용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는데 대중적으로도 디자인이 합격했다고 해석해도 무방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봄날씨와 초여름 기온에는 편하게 착용 할 수 있을 듯 하나, 본격적인 여름 더위 속에서는 자주 착용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기겠습니다. 
여러 매력포인트가 부각되는 시계인 만큼 2차 시장에서 아직은 쉽게 구하기 힘든 모델이라고 합니다. 바이버에서는 현재까지 3건이 거래가 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시계 상태에 따라 385~480만원 사이의 합리적인 중고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인기가 꾸준히 있는 모델인 만큼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매물이 나타났을때 빠른 결정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Pilot's Watch Automatic Spitfire IW326801

Pilot's Watch Automatic Spitfire IW326801

39mm,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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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s Watch Automatic Spitfire IW326805

Pilot's Watch Automatic Spitfire IW326805

39mm,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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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회가 되면 다른 시계 리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즐거운 시계생활하세요.

평점 8/10

Denzel

Watch Ambass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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