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메이킹계의 엔비디아가 있다면?
시계 시장으로 보는 '성장 컬렉팅'
Research

지난번 '가치 투자' 전략을 시계 컬렉팅에 접목한 "Value Collecting" 개념으로 저평가된 시계들(그리고 브레게)에 대해 논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 Quantin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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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워치메이커를 미리 컬렉션에 담아두는 것, 마치 고성장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성장 투자’ 전략과도 닮아 있습니다. ‘성장 컬렉팅’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시계 시장을 바라본다면, 지금 주목해야 할 차세대 워치메이커는 누구일까요? 그중에서도 과연 어떤 브랜드가 다음 시계 시장의 ‘수혜주’가 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성장 투자란?

©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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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의 ChatGPT가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그리기 시작한 2023년, 엔비디아(NVIDIA) 주식에 투자한 결정은 매우 훌륭한 ‘성장 투자 전략’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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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투자'는 특정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거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워치메이커가 이런 종류의 '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21세기 워치메이커의 성장 1 - 트렌드의 변화

© Robb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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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적 환경과 패션 트렌드 변화에 따른 성장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시계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트렌드 중 하나는 '성별'에 대한 유연성입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계 시장에서 여성 구매자/컬렉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중성적' 디자인의 시계가 남성과 여성 고객층을 모두 선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CNA Luxury,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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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만한 ‘수혜주’는 단연 까르띠에입니다. 과거 남성 시계에서 출발해 여성 고객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까르띠에는, 최근에는 다시 남성 셀럽들의 ‘잇’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John Goldberger 제공, Getty

© John Goldberger 제공, Getty

물론 Tyler The Creator, 배드 버니, 지드래곤과 같은 음악계 스타들과 Mark Cho(클래식 남성복 편집샵 '아머리' 창업자) 같은 컬렉터들이 비공식적인 브랜드 앰버서더 역할을 해준 영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Robb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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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Tyler the Creator가 착용한 까르띠에 크래쉬(Cartier Crash)는, 힙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이지와 카니예 웨스트는 물론, 톰 브래이디 같은 스포츠 스타와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즐겨 착용하면서 대중들에게도 점차 트렌디한 시계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 Vogue,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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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의 공식 남성 앰배서더들은 여성용으로 제작된 모델을 공식 석상, 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상식과 시사회 같은 자리에서 착용하며, ‘신남성’ 이미지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타일링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중 《애프터선》으로 연기력을 입증하고 최근 《글래디에이터 2》로 주목받고 있는 폴 메스칼, 그리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티모시 샬라메는 여성 타임피스를 착용한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습니다.

©  L’officiel Malaysia, Cartier

© L’officiel Malaysia, Cartier

나이대가 조금 더 높은 ‘윈터 솔져’ 세바스찬 스탠과, 《보헤미안 랩소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 역시 이러한 유니섹스한 디자인을 능숙하게 소화해냅니다.

까르띠에 주요 시장 지표 비교

© Watch Ter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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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워치메이커의 성장 2 - 내실을 탄탄하게

© Hodin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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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메이커들이 외부 요인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내적인 개선과 변화를 통한 성장도 필요합니다.

루이 비통과 샤넬 같은 브랜드들은 제대로 된 무브먼트 기술과 역사 깊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션 시계’라는 평가절하를 받아왔습니다. 명성 높은 브랜드들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외부 업체의 무브먼트를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차별적 인식이 고착화된 현실입니다.

© Hodin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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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 이 메종들은 과감한 결심을 내렸습니다. 역사와 기술력을 갖춘 무브먼트 매뉴팩처나 독립 워치메이커를 인수하여 자사 타임피스의 기술력과 마감 품질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덕분에 빠른 속도로 '단점'을 개선하고 워치메이킹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LV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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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은 La Fabrique Du Temps(LFdT)를 인수했으며, LVMH 가문의 막내 아들 장 아르노의 리더십 아래 2022~2023년 시계 카탈로그를 완전히 리프레시했습니다. 브랜드의 스포츠 워치 라인인 땅부르(Tambour)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했으며, 기존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는 ‘오리지널 땅부르’ 컬렉션으로 재배치되었습니다.

© Watches by SJ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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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LFdT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드래깅 아워’의 땅부르 컨버전스 모델도 선보였습니다.

© LV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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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튜더 무브먼트 제작자인 매뉴팩처 케니시(Kenissi)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F.P. 쥬른(F.P. Journe)의 소수 지분을 인수한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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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워치메이커의 점유율 상승

© Watch Ter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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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메이커의 성장 3 - 인식의 변화

물론 이러한 노력을 시장에 효과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 On the D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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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어(HEUER)는 포뮬러원과 같은 모터스포츠의 황금기에 레이싱 슈퍼스타들과 (페라리 같은) 매뉴팩처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며 오타비아, 카레라, 모나코 등 아이코닉한 모델들과 함께 승승장구했습니다.

© Lux 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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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80년대 TAG사의 인수(이후 사명을 '태그호이어(TAG Heuer)'로 변경)와 90년대 LVMH의 인수 후, 모터스포츠와는 관계없는 타이거 우즈(골프)를 대표적인 브랜드 앰버서더로 내세우며 그저 또 다른 '엔트리' 럭셔리 워치로 전락했습니다.

© Tag Heur

© Tag Heur

다행이 태그호이어는 지난 몇 년간 모터스포츠와 크로노그래프 황금기 타임피스의 복각판들을 적극적으로 출시함과 동시에 포뮬러원 무대로 다시 컴백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 A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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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는 지난 몇 년간 모터스포츠와 크로노그래프 황금기 타임피스의 복각판을 적극적으로 출시함과 동시에 포뮬러원 무대로 다시 컴백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이어 선보이는 글래스 박스(glassbox) 모델들이 태그호이어의 변화와 열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Watches by SJ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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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워치메이커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컬렉터로서, 그리고 시계를 큐레이션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워치메이커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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