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오랜 친구
익스플로러 1 진화 과정
ROLEX

변하지 않는 오랜 친구

프로페셔널 라인의 익스플로러 1에는 특별한 기능이 없습니다. 그 흔한 사이클롭스 렌즈도 없고, 오이스터 케이스에 스무스 베젤의 단순한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어요. 70여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가장 깊은 곳, 가장 먼 곳을 향해 탐험하던 그 시기에 태어난 모습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시계입니다.

‘변화'라는 건 때로는 긍정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구매한 제품이 트렌드에 따라 잦은 변화를 겪고 구세대로 밀려나는 건 좋지 못한 방향이겠고, 오랜 시간 최초의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며,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모델이야말로 ‘디자인이 변하지 않는 실용적인 손목시계’라는 롤렉스의 브랜드의 철학에 어울리는 시계, 익스플로러 1입니다.

익스플로러의 탄생

1953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를 정복한 등반가 텐징 노르게이와 에드문드 힐러리 경은 익스플로러의 원형인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을 소장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세기의 모험심에서 영향을 받아 태어난 익스플로러는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신입니다. 가장 표준적인 사이즈 36mm에, 뛰어난 가독성을 지닌 인덱스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익스플로러에서 이 36mm의 사이즈는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현대 익스플로러 디자인의 원형
Ref. 11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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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약간의 세대 변화를 거쳐 1989년, 현재의 익스플로러와 거의 같은 모양의 커다랗고 단정한 모양의 3, 6, 9 인덱스를 얹은 Ref. 14270이 탄생합니다. 이후 2001년 탄생하여 롤렉스의 오랜 유저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그 모델 Ref. 114270까지 외관상의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이 두 모델의 생산기간을 합치면 무려 20년이 넘습니다. 브레이슬릿, 다이얼 그리고 무브먼트 등의 발전은 있었지만 변치 않는 디자인과 사이즈 덕분에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으며 단종된 현재까지도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Ref. 114270의 경우 국내에서도 정식 판매된 이력이 있으며 당시엔 한화 600만 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이렇게 국내 정식 유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시장에서 잘 관리된 제품을 구매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시계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중고 시계 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라 시계를 대하는 유저들의 소홀함 덕에 더 큰 해외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제품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종 막바지에 생산된 시계들의 경우 현재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Explorer 1 14270

Explorer 1 14270

36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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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r 1 11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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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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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mm 공식을 깨고 나타난 39mm,
Ref. 214270

그러던 중 2010년의 바젤월드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1953년 태어난 이래 자그마치 60년 가까이 절대적으로 지켜오던 ‘36mm’의 익스플로러 사이즈가 3mm 커지는 사건이었죠. 시계는 사이즈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입니다. 1mm만 커지거나 작아져도 이슈가 되는데, 3mm의 변화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떤 고정관념이 깨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듯, 유저들은 39mm의 익스플로러를 낯설게 받아들였습니다.

왼쪽 시계부터 화이트 골드 인덱스, 크로마라이트 인덱스

왼쪽 시계부터 화이트 골드 인덱스, 크로마라이트 인덱스

재미있는 점은 10년 동안의 생산 기간 동안 중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2010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앞서 생산된 모델은 3-6-9 인덱스가 화이트 골드로 되어있으며 39mm로 커진 케이스에 비해 핸즈는 이전과 동일한 길이라 조금 짧다는 느낌을 줍니다. 2016년 후반기부터 단종 때까지 생산된 모델은 인덱스에 크로마라이트 (야광도료)가 적용되었으며 핸즈가 살짝 길어져 균형감이 좋아졌습니다. 리셀 시장에서의 가격은 후자가 조금 더 높은 편이고요.

이 Ref. 214270은 약 10년이라는 생산 기간 동안 합리적인 가격대(한국 리테일가 700만 원 대)와 디자인을 지켜오며 점점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됩니다. 현재는 비교적 잘 관리된 제품들을 만나보는 것이 쉽지만, 단종 막바지에 변경 된 신형 보증서가 동봉 된 모델의 경우 짧은 기간 동안 생산되었기 때문에 희소성으로 인하여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Explorer 1 214270

Explorer 1 214270

39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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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r 1 214270

Explorer 1 214270

39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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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으로 돌아온 Ref. 124270

@ watchgec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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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2021년에 익스플로러 1은 또 한 번 변신합니다. 초기 모델부터 지켜오던 36mm 사이즈를 다시금 부활시킨 것이죠. 익스플로러에 가장 어울리는 컴팩트한 사이즈와 블랙 다이얼 그리고 빛나는 3-6-9 인덱스는 과거의 향수에 젖어 36mm 사이즈의 단종된 제품을 찾아 헤매던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단숨에 프리미엄의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새롭게 탑재한 신형 무브먼트를 비롯하여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이얼의 폰트 위치까지 브랜드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 곳곳에서 역력하게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롤렉스에 대형화의 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 과거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익스플로러는 36mm가 가장 알맞은 것 같다는 선택의 번복일지, 이면에 다른 의견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어찌 되었든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Ref. 124270은 ‘디자인이 변하지 않는 실용적인 손목시계’ 라는 브랜드 철학과 함께 ‘변하지 않는 오랜 친구’ 처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plorer 1 124270

Explorer 1 124270

36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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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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