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아니야?"
"취향이 좀..."
사람들이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를 차는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말입니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정작 리베르소를 차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Reverso Tribute Duoface Tourbillon
ⓒhttps://timeandtidewatches.com
"당신이 차는 시계가 남들에게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와치터미널에서는 최근 롤렉스 서브마리너,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까르띠에 탱크, 에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중 타인의 시선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시계 모델을 선택해달라는 설문조사를 했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에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가 1위

표1. 166명 대상 SNS 설문조사 결과
ⓒ워치터미널
이런 시계 애호가들의 모델 선호도 때문일까요? 사람들로 붐비는 핫한 클럽은 아니더라도 취향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드는 미술관이나 시가 라운지에서는 종종 리베르소를 착용한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의견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수백, 수천만 원대 시계를 기꺼이 살 수 있는 리베르소 오너의 뇌는 조금 특별하지 않을까요?

Reverso Tribute Chronograph
ⓒhttps://www.hodinkee.com
혹시 여기까지 읽으신 당신...
리베르소에 묘한 끌림을 느끼시나요?
아니면 평소 리베르소를 갖고 싶어 하셨나요?
알고 보면 당신도 조금 특별한 뇌를 소유한,
그 누구도 당신의 기준과 취향을 부정하지 않는,
하지만 그 조차도 당신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예비 리베르소 컬렉터일 수 있습니다.

Reverso Tribute Duoface Small Seconds
ⓒhttps://www.fratellowatches.com
리베르소의 케이스는 크리스탈(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뒤집히는 메커니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시계의 둥근 케이스 구조로는 이러한 회전 메커니즘을 구현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회전·슬라이드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직사각형 케이스 쉐입이 채택되었습니다. 그런 특징을 담아 ‘리베르소’의 뜻 또한 라틴어로 ‘돌다 (회전)’의 의미입니다.

최초의 Reverso ⓒ워치터미널

Reverso의 케이스 디자인 특허 출현
ⓒ워치터미널
물론 그러한 실용적인 목적의 설계에서도 아르데코 디자인 미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두꺼운 유리에 금속 '가드'를 더할 수도 있었지만 얇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구현했다는 뜻은 수트나 턱시도 등 조금 더 포멀한 의상과의 매칭을 고려한 디자인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리베르소와 같은 직사각형 케이스는 무브먼트 성능을 높이는데 다소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계의 주요 부품 - 베럴, 밸런스 휠, 기어 등이 모두 원형 운동 기반이기 떄문입니다. 그래서 둥근 케이스와 달리 직사각형 케이스는 이러한 부품들에게 비교적 좁은 공간을 제공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성능과 정비 부분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리베르소를 만든 메이커가 누구입니까?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피게에 무브먼트를 공급한 예거 르쿨트르이지 않습니까? 독보적인 무브먼트 메이커 기술력의 브랜드 답게 예거 르쿨트르는 창의적이고 기하학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합니다.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수동 무브먼트
ⓒRevolution Watch

최초의 노틸러스인 Ref. 3700에 사용된 cal. 28-255C
ⓒhttps://watchesbysjx.com
그러한 아이디어의 시작은 리베르소의 출시보다 약 20년전부터 엿보이기 시작하는데요. 1900년 초에 예거 르쿨트르가 선보인 'DuoPlan'이라는 이름의 모듈 형 무브먼트는 작고, 길쭉하고, 납작한 시계에도 탑재가 가능하게 제작되었습니다.

DuoPlan 광고 ⓒTime & Watches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예거 르쿨트르는 마침내 최대한 원형 무브먼트의 장점을 반영시킨 준-직사각형 토노(tonneau, 혹은 배럴 형) 쉐입의 무브먼트를 탄생시켰습니다.

1940년대 직사각형 시계에 탑재된 예거 르쿨트르 cal. 411
ⓒhttps://www.proantic.com/

기본적인 Reverso의 수동 무브먼트
ⓒJaeger-LeCoultre
그래서 리베르소는 단순히 예쁜 직사각형 시계가 아니라. 기능·공학·미학이 모두 합리적인 이유로 설계된 '뇌부터 섹시한'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스마트한 매력을 갖춘 리베르소, 가격과 가치측면에서 다른 시계들과 어떻게 비교될까요?

표2. 리베르소와 비교 가능 제품의 가치평가 비교
ⓒ워치터미널
리베르소는...
파텍필립에게 무브먼트를 제공하는 메이커가 만든,
파텍필립의 칼라트라바와 유사한 역사를 갖춘,
까르띠에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롤렉스보다는 장인의 손맛과 희소성이 높은,
데이트저스트보다는 저렴한,
까르띠에 탱크보다는 조금 비싼,
자기만족을 중요시하는 컬렉터가 사랑하는 시계입니다.
원래 리베르소는 단면입니다. 폴로 경기에서 유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된 타임피스이니까요. 전통과 본질을 중시한다면 Monoface를 추천합니다.

Monoface의 뒷면
ⓒJaeger-LeCoultre
반면 Duo-face는 "하나 가격에 두 개의 시계" 느낌을 주는 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리베르소의 재탄생과 함께 컴플리케이션 버젼들이 출시되었고 이들은 모두 듀오페이스로 구현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Duoface를 추천합니다.

Tribute Duoface Calendar
ⓒhttps://elementintime.com
1931년 최초로 탄생한 리베르소는 바 인덱스
(Bar Index)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출시된 Tribute는 이러한 초창기 리베르소의 전통을 오마주(Hommage)한 것입니다.

Reverso Tribute
https://wornandwound.com
그렇다고 바인덱스가 아닌 리베르소를 '족보가 없다'고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초의 모델이후 1930~40년대에도 클래식 다이얼과 같은 숫자로 표기된 다이얼이 있었고 1990년대 컴플리케이션 모델 모두 동일한 다이얼 숫자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Reverso Classic
ⓒ워치터미널
결론적으로, 전통적이면서 강렬한 미학을 원하면 Tribute, 부드럽고 우아한 매력을 원하면 Classic을 추천합니다.
직사각형 시계는 원형과 착용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리베르소의 케이스 사이즈 수치만 보고 판단하면 오판하실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Reverso의 27~28mm 라지 사이즈
ⓒhttps://www.windvintage.com/
이는 사각 시계의 모퉁이까지 면적이 넓혀졌다는 부분과 리베르소처럼 세로 길이(lug-to-lug)가 비교적 긴 직사각형 시계의 체감이 케이스 직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계는 꼭 실착하고 구매하셔야 하지만 리베르소는 그 중에서도 꼭 다양한 사이즈를 실착 비교해보고 구매하셔야 합니다.
이미 롤렉스나 오메가, 까르띠에는 가지고 계신가요?
리베르소는 컬렉션에 전혀 다른 감각을 더해줍니다. 스니커즈만 가득 담긴 신발장에 비스포크 구두를 추가하는 기분과 같다고나 할까요? 생산량은 오히려 파텍 필립에 가깝지만 가격은 오메가와 더 유사합니다. "조금 다르지만 동시에 익숙한", 그 절묘한 경계 가운데 완벽한 균형을 갖춘 타임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리베르소의 매력이 컬렉터를 매료시키는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글을 통해 리베르소의 매력에 끌리셨다면, 아직 레베르소를 소유하기 전이라해도 , 당신은 이미 지성미를 갖춘 컬렉터 입니다.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Watch Ter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