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업계에서 굵직한 행사들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세계적 시계 브랜드가 모여 신상품을 발표하는 시계 박람회 또는 연말에 가장 비싼 시계의 가격을 경신하는 소더비, 크리스티 등의 옥션이 있습니다. 이 중에 시계 박람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매거진 구독자분들을 비롯하여 많은 롤렉스 애호가들에게 바젤월드, 워치스 앤 원더스 이 두 행사는 익숙할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 축제였던 바젤월드가 어떻게 몰락하여 현재의 워치스 앤 원더스까지 이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바젤월드의 탄생과 발전

ⓒ Baselworld

바젤월드는 1917년 스위스의 문화 수도 바젤에서 개최된 박람회의 시계와 보석을 위한 특별 섹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시계 브랜드들의 참여가 더해지며 시계와 보석 분야에서 점차 전문적인 큰 행사로 성장해 나갑니다. 1932년 파텍필립, 1939년 롤렉스 등 현존하는 고급 시계 메이커들의 참여에 이어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등의 대중적인 브랜드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스위스를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의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유럽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음은 물론이고, 우리가 아는 시계의 모든 역작은 바젤월드를 통해 발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예를 들면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대명사 오데마 피게의 로얄 오크, 스위스 시계 산업의 구세주 스와치 등 셀 수 없는 명작이 있습니다). 여러 시계 브랜드는 특별 전시와 전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바젤월드와 파트너쉽을 유지해 왔습니다. 한때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과 1,000개가 넘는 전시장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규모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는 왜 몰락하게 된 걸까요?

작지만 강렬한
워치스 앤 원더스의 시작

SHII 2018 / ⓒ Hodinkee

잠시 워치스 앤 원더스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이하 W&W)는 1991년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라는 타이틀로 데뷔하여 60개 이하의 브랜드들이 참가해 비교적 소규모 스케일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는 라운드 테이블, 강의, 시계 제작 과정 세미나 등 시계학을 중심으로 하는 바젤월드와 성질이 다른 행사였습니다. SIHH 시절에는 오직 초대 대상자만 입장할 수 있는 프라이빗 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리테일러들과 관계자들이 주인공인 큐레이션 위주의 박람회였습니다. 활용 공간의 규모가 작지만, 참가자 편의성은 바젤월드보다 위에 있어 합류하는 브랜드는 매년 늘고, 시계학에 초점을 맞춘 뚜렷한 아이덴티티로 명성을 키워나갔습니다.

W&W 2022 ⓒ Timeandtidewatches

바젤월드의 몰락

나날이 덩치와 규모가 커지던 바젤월드는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 롤렉스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 파텍필립, 튜더, 샤넬, 쇼파드의 불참이 선언되며 몰락을 눈앞에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3년 리모델링된 메인 홀의 전시 비용 인상, 2017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브랜드들과의 의절 선언, 결정적으로는 2020년 코비드-19로 인한 행사 취소에 따른 환불 정책이 주요 논란거리였죠. 공개된 환불 정책에 따르면 코로나로 2020년의 행사가 취소된 상황에서 이미 지불한 계약금을 주최 측 손실을 충당하는 것에 과도하게 부과했다는 여론입니다. 결국 바젤월드는 2021년에도 쇼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후로 현재까지 재오픈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Watches and wonders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는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과거와 미래’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 시계 부티크들이 특별 전시와 신상품 쇼케이스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2023년 W&W의 도약이 시계 박람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낼 것을 기대하며 바이버도 새로운 소식을 더 많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