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는 'Z세대의 롤렉스이다'. 작년 12월 1일, 블룸버그의 한 기사 제목입니다. 그럴법도 한 것이(그리고 믿기 어렵지만) 까르띠에도 이제 '리셀 프리미엄'이 붙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표1. 약 10%대 리셀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까르띠에 탱크
기계식 시계의 아날로그 감성을 이해하시는 분께는 이러한 상황이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롤렉스가 어떻게 '롤렉스'가 되었는지를 살펴본다면, 까르띠에의 시장 지배력 증가는 단순히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약혼식 사진으로 화재가 된,
까르띠에 산토스 드모아젤(Cartier Santos Demois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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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 기술의 한계점이 다가오던 1950년대. 롤렉스는 향후 시계와 워치메이커의 가치가 더 이상 크로노미터 인증 (기계식 시계의 정확성 공증)과 같은 기능적 기준이 아닌 무형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최초의 데이데이트 Ref. 6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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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요? 자사 무브먼트 없이 출시된 데이토나의 등장(1963년) 직전, '뼛속까지' 롤렉스 아이콘인 데이-데이트는 날짜에 요일 기능이 추가 되었음을 홍보하기보다는 '대단한 사람들이 데이-데이트를 착용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이 롤렉스를 성공의 상징으로 만든 시작이었죠.

'신분 마케팅'의 본격화를 시작한 빈티지 롤렉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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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또한 '특정한 사람의 시계'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점에서 롤렉스와 유사한 노선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00년대부터 화려한 삶을 사는 귀족과 셀럽을 위하여 보석을 제조, 유통해온 까르띠에에게 시계는 기능에 충실하기보다 아름다워야 했습니다.

까르띠에 토노우는 1906년 최초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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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등장해 까르띠에 다이얼의 시그니쳐 요소를 남긴 산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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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0년간 '아름다운' 시계를 만드는 데만 집중해온 까르띠에는 롤렉스와 마찬가지로 굳이 필요 없는 물건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심어 마치 꼭 필요한 것처럼 우리를 설득한다. 이러한 부분은 예거 르쿨트르, IWC, 론진, 오메가 등 훨씬 더 '뛰어난' 워치메이커가 이루지 못한 결과입니다.

다이아내 왕세자비의 Tank Franc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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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Tank Louis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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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는 '능력있는 사람'이기 전에 '사랑 받는 사람'이 선택한 시계이었다.
롤렉스와 까르띠에는 '아이콘 공장'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명품 거리에 즐비한 많은 워치메이커들. 이중 시계 컬렉터가 아닌 사람도 '어! 나 그 시계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라고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아이콘을 여럿 만들어낸 메이커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메가(스피드마스터), 오데마피게(로얄오크), 예거르쿨트르(리베르소)는 하나씩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대단한' 파텍필립도 대중적인 인지도는 노틸러스 한 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오데마피게' 하면 직관적으로 떠올릴 `Royal O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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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롤렉스는 데이트저스트, 서브마리너, GMT마스터, 데이-데이트, 데이토나,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오이스터 퍼페츄얼까지 6개의 아이콘을 갖췄고, 익스플로러나 스카이-드웰러, 요트마스터와 같은 비주력 모델을 보아도 직관적으로 롤렉스임을 누구나 알아봅니다.
1953년 최초로 등장한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는 최초의 다이버 시계가 아니었으나, 너무나도 유명한 다이버 시계의 아이콘이 되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착각하게 만듭니다.

The First Rolex Submariner,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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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최초로 등장한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는 최초로 날짜 기능이 있는 오토매틱 시계가 아니었으나, 아무도 실질적인 최초가 어떤 시계인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The Original 1945 Rolex Pre-Datej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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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또한 산토스, 탱크, 발롱 블루, 그리고 팬더까지 총 4개의 대표적인 모델 라인을 갖췄고, 발롱블루 또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다수 워치메이커들은 자신들의 '아이콘'의 역사가 50년, 70년 되었다고 이를 기념하며 한정판을 출시하고 화려한 홍보를 하기도 하지만 까르띠에 탱크의 역사는 109년, 산토스 역사는 무려 122년 입니다.
'나 IWC 사서 돈 벌었어!' 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몇 년 전 구매한 IWC의 리테일가격이 높아진 덕분에 시계 착용을 즐기면서도 나의 자산 가치가 높아졌다는데 행복을 느끼는 그런 멘트 말이죠. 아마 없으셨을 겁니다.

IWC Portugieser Chrono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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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리테일가 $11,700에 판매된 IWC 포르투기저의 중고 시세는 당시 약 $5,000. 사는 순간 50% 이상의 감가상각이 발생했죠. 현재(15년 후) 동일 시계의 시세는 $4,600입니다. 그 기간 화폐가치의 하락(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약 30%의 추가 감가상각이 발생한 것과 같습니다.

롤렉스 데이토나 11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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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1년에 포르투기저의 가격으로 롤렉스 데이토나(116520), 데이트저스트(116234), 혹은 더 저렴하고 기계적 가치가 떨어지는 탱크 솔로(W5200013)를 $2,500에 구매했다면?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116234 소달라이트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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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ier Tank Solo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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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데이토나는 77% 높아진 약 2만 달러에, 데이트저스트는 약 30% 오른 1만 달러에, 탱크 솔로는 약 50% 높아진 $3,800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계를 '투자'로 보기보다는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오브제로 보는 것이 심적으로 더욱 편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번 내 돈 내 산으로 구매한 시계와 그 브랜드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시세 또한 오른다면 그만한 브랜드의 만족감이 또 있겠습니까? 이 또한 까르띠에이니까, 롤렉스이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표2. 신형 탱크 머스트의 가격과 빈티지 탱크 머스트 버메일 실거래가
까르띠에가 롤렉스의 완벽한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요? 기능적으로, 기계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안 되겠죠.

하이엔드 기계식 무브먼트가 탑재된 까르띠에
Tortue Monopoussoir Chrono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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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롤렉스 아니면?' 혹은 '롤렉스보다는'의 대안으로 까르띠에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 그 자체로서 이미 검증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롤렉스가 잘하는 분야를 롤렉스보다 더 잘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오메가), 롤렉스가 하지 못하는 분야를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한 까르띠에. 2025년 까르띠에 판매/생산량이 70만 개가 넘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한 20년 전 롤렉스와 비슷하네요.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Watch Ter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