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 블랑팡, 태그호이어, 제니스...
긴 역사, 장인정신과 기술력의 전통을 갖췄고 백화점과 명품 잡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러한 명품 브랜드들의 상반기 '성적표'는 시장 평균에 못 미쳤습니다.
화려한 팝업 스토어, 톱스타로 장식된 앰버서더 라인업. 이러한 '스펙'에도 불구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떤 조건을 갖춰야 경쟁력이 생기는 걸까요?
글로벌 중고 시계 데이터 플랫폼 EveryWatch의
2026년 상반기 시장 데이터를 토대로 총 60개의 브랜드의 경매, 딜러 및 개인 거래 데이터를 살펴 보았습니다.

자료 출처: EveryWatch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중고 시계 시장은 전년 대비 37.5% 상승한 10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평균 환율 기준 약 15조 원). 신품 시장이 동기간 0.7% 역성장한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결과죠.

자료 출처: EveryWatch,
Federation of the Swiss Watch Industry
다만 이러한 훈풍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차이가 명확히 구분되었습니다
어떻게 구분이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아래부터는 거래량의 성장 그리고 중간 가격의 평균 성장률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네 그룹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자료 출처: EveryWatch

https://www.esperluxe.com
F.P. Journe, Daniel Roth, H. Moser & Cie., Bovet, Greubel Forsey는 전통 하이엔드 메이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압도적 디자인 차별화, 장인정신, 희소성을 갖춘 브랜드입니다.
이 다섯 브랜드의 평균 거래량 상승률은 45.1%, 중간 가격 상승률은 35.2%를 기록했습니다. 유사한 매력을 갖춘 Parmigiani Fleurier 역시 45% 거래량 상승률과 함께, 평균보다는 조금 낮지만 견조한 10.4%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희소성과 정체성이 명확하면 가격도, 수요도 따라온다는 걸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자료 출처: EveryWatch
흥미로운 건 정반대 가격대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Hamilton, Grand Seiko, NOMOS, Hermes는
30.5%의 거래량 성장과 18.1%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약 $2,400의 중간 가격에 거래된 이 브랜드들은 '가격 대비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 승부했습니다.

다니엘 로스 플래티넘 트루비용
https://loupethis.com

노모스 네오매틱 월드타이머
https://timeandtidewatches.com
F.P. Journe과 NOMOS의 공통점은 뻔하지 않은, 뚜렷한 정체성이지 않을까요?

파텍필립 노틸러스 5712/1A
https://www.windvintage.com
물론 모두가 F.P. Journe이나 NOMOS 처럼 독특할 수는 없습니다. 무난하고, 익숙하고, 뻔할수도 있죠.
하지만 '익숙함'에는 충족시켜야하는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겠죠?
Rolex, Patek Philippe, Cartier, Richard Mille의 합산 거래량 점유율은 60.2%.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도 평균 31.4%의 거래량 성장과 8.4%의 가격 상승률을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자료 출처: EveryWatch
F.P. Journe만큼의 차별화는 아니지만, 넓은 팬층과 검증된 브랜드 가치가 시장 전체를 이끌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큰 브랜드가 계속 더 커지는, 중고 시계 시장의 '부익부' 구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료 출처: EveryWatch
중저가 구간에서도 브랜드 포지셔닝이 확실한
Tissot와 Seiko는 평균 51.6%의 거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특히 Tissot의 67.8% 성장률이 눈에 띕니다). 다만 Hamilton(영화 산업과 밀접한 캠페인), NOMOS(가성비 독립 워치메이커) 같은 강력한 촉매가 없었던 만큼, 가격 움직임은 크지 않았습니다.

레퍼런스 레벨에서 거래량 상위 10개 중 9개가 롤렉스
자료 출처: EveryWatch

단종 소식과 함께 가격, 거래량이 폭등한
Rolex GMT-Master II 126710BLRO
https://gandgtimepieces.com
거래량은 늘어도 가격은 못 오른다 — 촉매 없는 인지도의 한계입니다.

새로운 브랜드 앰베서더로 체택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피아제
https://www.richemont.com
Bvlgari, Chopard, Piaget는 쥬얼리 메이커로서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갖춘 동시에 '메인스트림' 워치메이커이기도 합니다. 특히 근래 쥬얼리(혹은 쥬얼리 스러운 시계) 및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며 이 세 브랜드는 평균 29.9%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런데 평균 거래량은 오히려 8.8% 역성장했습니다.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는 줄어드는 이 현상, 저는 일정 금액을 넘어서는 구간부터는 수요가 브랜드 가치와 환금성이 더 확실히 검증된 Cartier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평균 $8,600에 거래된 Girard Perregaux, Ulysse Nardin, Glashütte Original은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더 검증된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조사에 포함된 총 60개 브랜드 중 거래량·가격 성장률 모두 시장 평균에 미달한 브랜드는 26개. 그리고 이 26개 중 2~3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가 백화점이나 명품 잡지에서 오랫동안 봐온, 누구나 아는 '메인스트림' 메이커입니다. 시장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건 무명 브랜드가 아니라, 이 익숙한 명품들이라는 뜻이죠. 매우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거래 점유율 1%조차 획득하지 못한 기타 브랜드에는 Blancpain, Breguet, TAG Heuer, Zenith, Oris 등이 포함됩니다.

블랑팡은 대표 아이콘인 피프티펜덤즈 38mm
https://monochrome-watches.com

브레게의 2026 트래디션 컬랙션
https://elementintime.com

백화점 입점, 새로운 앰배서더 셀럽 섭외, 워치메이킹 클래스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예거르쿨트르
https://www.timeforum.co.kr
오랜 역사,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갖추지 않은 '명품' 시계는 없습니다. 이미 대다수의 브랜드는 자본력 있는 그룹사에 소속되어 높은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 화려한 행사, 유명 셀럽 앰버서더. 하지만 이런 '무난한' 명품 전략은 더이상 소비자의 지갑을 열지는 못합니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춘 H. Moser & Cie
https://watchesbysjx.com
그 결과로 무난한 브랜드는 상위 탑 브랜드와 차별적인 아이덴티티로 틈새를 노린 브랜드들 사이에서 점유율을 계속 빼앗기는 모양새 입니다. 결국 명품 시계 브랜드 시계에서도 일부는 확실히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남고 대다수는 '그저 그런' 브랜드로 밀려나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Watch Ter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