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는 론진의 전성기였습니다. 오메가와 함께 스위스 양대 대형 시계회사로 알려졌을 정도였습니다. 1970년에 론진의 시계 생산량은 약 45만 개로 스위스 시계산업이 위기의 시간이었음에도 메가 매뉴팩처로서의 위상을 유지했습니다. 현재 론진은 스와치 그룹 소속으로 위로는 오메가, 아래로는 라도, 미도, 해밀턴을 잇는 매스 프레스티지(mass prestige)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 쌓아 올린 빛나는 유산은 지금도 론진의 중요한 동력입니다.

스위스 생티미에(Saint-Imier) 론진 매뉴팩처 본관 및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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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의 기술적 역사는 크로노그래프에서 출발합니다. 1878년 선보인 칼리버 20H는 론진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경마를 비롯한 스포츠 타임키핑에 활용되어 명성을 쌓았습니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공식 타임키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갔고, 1913년에는 손목시계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13.33Z를 선보였습니다. 이것은 특히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의 명작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무브먼트입니다.

1929년 론진 칼리버 13.33Z 투 푸셔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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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은 론진의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분야였습니다. 1920년대 P.V.H. 윔즈(Weems)와 함께 항공 항법용 시계를 개발했고,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을 계기로 1931년 아워 앵글 워치를 완성했습니다. 1936년에는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특허를 획득하며 조종사가 비행 중 연속적인 시간 간격을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론진 린드버그 아워 앵글 워치 (The Lindbergh Hour Angle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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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의 정확성 분야에서도 굵직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1959년에는 최초의 손목시계용 36,000vph 하이 프리퀀시 칼리버 360을 개발했고, 1961년 뇌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로 기록됐습니다. 1967년에는 36,000vph로 작동하는 울트라 크론을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이를 다이버 워치로 확장시켰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역사적 유산을 바탕으로 콘퀘스트, 마스터 컬렉션, 스피릿, 헤리티지와 엘레강스의 5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68년 오리지널 론진 울트라 크론 다이버 (Ultra-Chron Diver, 36,000v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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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탄생한 콘퀘스트는 론진이 처음으로 컬렉션명을 상표 등록한 시계입니다. 당시 론진의 스포츠 워치를 대표했던 컬렉션이죠. 아직 현재와 같은 본격적인 스포츠 워치의 틀이 잡히기 전으로 클래식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성격이 공존했습니다. 현재는 론진에서 가장 스포츠 성향이 강한 컬렉션입니다.
컬렉션의 중심점인 콘퀘스트는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케이스 디자인과 심플한 다이얼 구성을 드러냅니다. 화이트, 블랙, 블루, 그린, 브라운, 골드 등 다양한 다이얼 컬러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지름 41, 38, 34, 30mm의 케이스는 남성과 여성용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했죠. 전체적으로 보면 1950년대 스포츠 워치 장르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무렵의 스포티 워치를 방불케 합니다. 100미터 방수와 시스루백 사양의 올라운더로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는 라인업입니다. 타키미터 스케일을 올린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론진 콘퀘스트 오토매틱 38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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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컬렉션을 양분하는 하이드로 콘퀘스트는 론진의 모던 다이버 워치를 담당합니다. 콘퀘스트 디자인을 기반으로 방수 성능을 300미터로 올리고 세라믹 회전 베젤을 더해 전형적인 다이버 워치의 구성을 띱니다. 최근에는 앰배서더 헨리 카빌을 내세운 신제품이 가세했습니다. 기존 6, 9, 12의 오버사이즈 아라비아 인덱스 대신 도트와 바 인덱스 구성으로 변경되었습니다. 3열 브레이슬릿에 클래식한 메시 브레이슬릿 선택지가 추가되었고, 케이스 지름은 42와 38mm의 두 가지로 스몰 사이즈 트렌드를 따릅니다. 현재는 신형과 구형 디자인이 공존하지만 향후 신형만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형 론진 하이드로콘퀘스트 (HydroConquest 3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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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등장한 마스터 컬렉션은 론진의 드레스 워치 컬렉션입니다. 발리콘(barleycorn) 기요셰 패턴의 다이얼에 블루 핸즈 등의 클래식 디테일이 이를 증명합니다. 클래식 디자인을 바탕으로 크로노그래프, 문페이즈, GMT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 드레스 워치는 심심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립니다.
마스터 컬렉션을 대표하는 크로노그래프는 이번 신제품을 통해 기존 모델을 통합하고 케이스 지름을 41mm로 통일하고 디자인 디테일을 한층 정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이트 발리콘 다이얼에 블루 아플리케 아라비아 인덱스로 특유의 청량함을 한 차례 더 정제했습니다. 그러면서 크로노그래프, 풀 캘린더, 문페이즈, 24시간 표시의 풍부한 기능은 유지했고, 단 하나 아쉬운 점이었던 캠 방식 크로노그래프를 칼럼 휠 방식으로 개선해 약점도 사라졌습니다.

론진 마스터 컬렉션 크로노그래프 문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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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단종되었던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가 컬렉션에 복귀했고, 데이트 기능의 심플 모델을 중심으로 라이트 블루 발리콘 다이얼을 적극적으로 강조합니다. 기존 화이트 발리콘 다이얼에 이어, 라이트 블루와 짙은 블루 다이얼로 지루하지 않은 드레스 워치를 보여줍니다.
스피릿은 론진이 20세기 초부터 이어온 항공 시계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입니다. 린드버그를 비롯한 초기 항공 탐험가들과 함께 쌓은 역사에서 출발했으며, 2020년대에 접어들며 론진의 대표적인 파일럿 워치 라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는 스피릿 크로노그래프, 스피릿 줄루 타임, 스피릿 플라이백, 스피릿 파일럿 플라이백 등의 모델로 구성됩니다. 크로노그래프와 GMT 기능이 중심이며, 가장 최근에 발표된 스피릿 파일럿 플라이백은 지름 39.5mm로 스몰 사이즈 흐름과 빈티지 파일럿 워치 스타일을 반영합니다. 항공이라는 론진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컬렉션입니다.

론진 스피릿 줄루 타임 (Spirit Zulu Time 39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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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는 론진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현대적인 시계로 복원하는 컬렉션입니다. 1960년대 하이 프리퀀시 기술을 되살려 당시와 동일한 36,000vph로 작동하는 울트라 크론, 다이버 워치의 역사를 잇는 레전드 다이버, 항공 시계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한 에비게이션과 파일럿 마제텍, 과거의 디테일을 즐길 수 있는 헤리티지 클래식 등으로 구성됩니다. 섹터 다이얼이나 턱시도 다이얼 같은 디테일의 재현도가 빼어나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1950년대 콘퀘스트를 재해석한 콘퀘스트 헤리티지도 컬렉션의 일부분이며, 독특한 센트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지닌 신제품도 흥미롭습니다.

론진 콘퀘스트 헤리티지의 센트럴 파워리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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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강스는 특정한 시기보다는 론진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클래식 워치의 전통을 묶어 보여주는 컬렉션입니다. 돌체비타, 프리마루나, 플래그십 클래식, 라 그랑 클래식 등이 여기에 속하며 여성용의 비중이 큽니다. 론진이 스포츠와 기술적 이미지뿐 아니라 우아함을 브랜드 가치로 발전시켜왔음을 보여줍니다. 현재 론진의 캐치프레이즈인 ‘Home of Elegance’의 핵심 컬렉션입니다.

론진 미니 돌체비타 (Mini Dolce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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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