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프라이팬이라 불리는 드레스 워치
Brand Fcous

롤렉스의 커다란 프라이팬

시계는 생김새, 컬러, 특징, 인물에 따라 별명이 붙곤 합니다. 롤렉스는 그 인기만큼이나 다양한 별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펩시, 코크, 스타벅스, 스프라이트, 루트비어, 배트맨, 헐크, 커밋, 스머프 등등. 주로 컬러에서 연상되는 음료나 캐릭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곤 하는데요. 이번 신작은 커다란 프라이팬이라는 뜻의 파델로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별명이 아닌 이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커다란 프라이팬

이탈리아 컬렉터와 딜러들은 빈티지 롤렉스의 수집 문화와 별명 형성에서 독특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볼록한 케이스백인 큰 버블백(Bubbleback)을 지칭하는 오베토네(Ovettone), 별 모양 인덱스의 스텔리네(Stelline) 같은 이탈리아어 별명이 지금까지 빈티지 롤렉스의 용어로 남아 있습니다. 신작의 이름 파델로네가 이례적인 것은 별명을 이름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파델로네의 기원은 1949년 출시된 Ref. 8171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38mm의 크고 넓적한 케이스와 다이얼 형태 때문에 이탈리아 컬렉터들로부터 ‘큰 프라이팬’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죠.

롤렉스 Ref. 8171, 38mm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자연광 착용 모습<br>https://www.hodinkee.com

롤렉스 Ref. 8171, 38mm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자연광 착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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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8171과 같은 시계는 인기가 높습니다. 롤렉스 뿐 아니라 여러 시계회사에서 내놓은 같은 스타일의 시계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날짜, 요일, 월의 풍부한 캘린더 정보와 문페이즈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능과 아름다움을 하나의 시계에서 즐길 수 있어서죠. Ref. 8171은 생산량 자체가 극히 적고 롤렉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유입된 컬렉팅 수요의 증가로 경매시장에서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보존 상태와 케이스 소재, 브레슬릿의 종류 등에 따라 낙찰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2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가격이 붙습니다.

롤렉스 Ref. 8171,  옐로 골드 모델의 투톤 다이얼과 스몰 세컨드 문페이즈<br>https://www.hodinkee.com

롤렉스 Ref. 8171, 옐로 골드 모델의 투톤 다이얼과 스몰 세컨드 문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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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페츄얼 파델로네

신작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포인터 데이트와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작은 창으로 요일과 월을 표시하는 풀 캘린더에 문페이즈를 더한 다이얼 구성을 가집니다. 이는 Ref. 8171의 전반적인 캘린더 구성과 배치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시각으로 확인되는 가장 다른 점은 초침의 방식 차이로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4개의 바늘이 하나의 축을 공유하는 센터 세컨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드레스 워치에서 이러한 차이는 시계의 인상을 크게 바꿉니다. 문페이즈의 공간을 공유하는 스몰 세컨드의 Ref. 8171과 비교하면 퍼페츄얼 파델로네가 훨씬 현대적인 느낌을 줍니다. 또한 초를 빠르게 확인하기에도 더 유리하죠.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5-0002
<br>에버로즈 골드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스트랩<br>https://monochrome-watches.com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5-0002
에버로즈 골드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스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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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두 시계가 지닌 인상을 가르는 또 다른 포인트는 다이얼 표면처리 방식입니다. Ref. 8171은 대체로 솔리드나 옅은 새틴 처리로 표면을 마감했습니다. 포인터 데이트의 날짜가 자리잡은 바깥쪽은 다이얼 컬러보다 어둡게 색을 입혔고, 요일과 월을 표시하는 두 개의 디스크는 표면을 라이트하게 그레인 처리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단정한 인상입니다. 그에 비해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다이얼 전체를 그레인 마감하고 외곽의 날짜 부분을 새틴 처리했습니다. 에버로즈 골드 케이스는 인텐스 화이트, 플래티넘 케이스는 아이스 블루 컬러로 화려함을 강조합니다. Ref. 8171의 시대는 물론 현재의 드레스 워치의 화법에 비추어 봐도 상당히 도드라지는 인상을 줍니다.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6-0002<br>플래티넘 케이스와 아이스 블루 그레인 다이얼<br>https://monochrome-watches.com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6-0002
플래티넘 케이스와 아이스 블루 그레인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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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페이즈와 하플로스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전형적인 풀 캘린더와 문페이즈 조합의 다이얼 구성입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애뉴얼 캘린더 기능을 수행합니다. 즉 2월의 마지막 날에만 캘린더 정보를 수정하면 되는 스몰 컴플리케이션이라는 의미입니다. 롤렉스는 스카이-드웰러를 통해 독창적인 표시의 애뉴얼 캘린더를 구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하플로스(Haplos)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탑재했습니다. 하플로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날짜, 요일, 월이 동시에 순간적으로 변경된다는 점입니다. 애뉴얼 캘린더는 각 시계회사의 메커니즘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캘린더 정보는 한순간이 아닌 천천히 변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변경 중에는 그 캘린더 정보를 정확하게 읽을 수 없게 됩니다. 하플로스는 이 점을 방지하며, 데이트저스트의 철학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5-0002<br> 요일·월 창과 포인터 데이트<br>https://monochrome-watches.com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5-0002
요일·월 창과 포인터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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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6시 방향에 위치한 문페이즈는 122년에 하루 오차라는 정확성을 갖췄습니다. 첼리니 문페이즈에 이어, 퍼페츄얼 파델로네 역시 보름달과 신월을 한눈에 보여주는 개방형 디스크를 사용합니다. 전통적인 문페이즈 표시가 디스크 일부를 창으로 가려 달이 차고 기우는 형태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이 시계의 블루 에나멜 디스크는 약 29.53일마다 한 바퀴 회전하면서 보름달과 신월을 함께 드러냅니다. 덕분에 밤하늘과 두 개의 달을 보는 개방성은 좋지만 가독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문페이즈 디테일에 공을 들였습니다. 블루 에나멜 디스크에 운석 소재로 만든 달을 올렸습니다. 보름달은 은빛 운석으로, 신월은 다크 블루 PVD 처리한 운석으로 표현했습니다. 의인화로 얼굴을 가지게 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블루 에나멜 디스크와 운석 소재 문페이즈<br>https://monochrome-watches.com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블루 에나멜 디스크와 운석 소재 문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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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의 노림수

2025년 랜드-드웰러에서 소개된 Cal. 7135의 설계를 바탕으로, 하플로스 메커니즘을 통합한 Cal. 7190이 퍼페츄얼 파델로네에 탑재됩니다. 시계업계에서 거의 표준처럼 사용되는 스위스 레버 방식을 탈피한 이스케이프먼트로 롤렉스 같은 대량생산 시스템에 자리 잡은 예는 드뭅니다. 다이나펄스는 두 개의 휠과 임펄스 로커를 통해 밸런스에 간접적으로 접선 방향의 임펄스를 전달하며, 스위스 레버 방식보다 높은 동력 효율을 구현합니다. 71XX 계열에는 퍼페츄얼 1908의 Cal. 7140도 포함되지만, 7140은 크로너지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합니다. 다이나펄스의 적용은 랜드-드웰러의 Cal. 7135에서 퍼페츄얼 파델로네의 Cal. 7190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시계는 시스루백으로 무브먼트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에 피니싱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가격도 상대적으로 고가로 포지셔닝되어 있고요.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의 Cal. 7190, 시스루백과 옐로 골드 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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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의 Cal. 7190, 시스루백과 옐로 골드 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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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드웰러를 제외하면 퍼페츄얼 1908과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퍼페츄얼 컬렉션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컬렉션의 이름 뿐 아니라 케이스의 형태와 디테일, 7연 세티모(Settimo) 브레슬릿 같은 공유점이 있으며 결정적으로 오이스터 퍼페츄얼 케이스가 아닌 50m 방수의 드레스 워치로 정의한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롤렉스의 고가라인 드레스 워치라는 것이죠. 승승장구 중인 롤렉스지만 드레스 워치는 지금까지 재미를 보지 못한 아픈 손가락입니다. 직사각형 케이스와 다이얼과 통일성을 준 무브먼트 피니싱을 시도했던 첼리니 프린스, 라운드 케이스의 첼리니는 롤렉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역사였습니다. 이번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이름부터 과거의 아카이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시계 전반에 투영했습니다. 역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제품의 완성도 측면으로나 이전에 비해 크게 진화된 모습입니다.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5-0003<br> 에버로즈 골드 세티모 브레슬릿<br>https://teddybaldassarre.com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Ref. 53505-0003
에버로즈 골드 세티모 브레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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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 가격이 확인되지 않은 관계로 해외 가격을 살펴보면, 에버로즈의 스트랩 버전이 59,000달러, 세티모 브레슬릿 버전이 72,800달러로 약 9천만원에서 약 1억1천만원입니다. 파텍 필립의 애뉴얼 캘린더 Ref. 5205R이 약 1억2600만원대로 세티모 브레슬릿을 포기하면 구매 가시권에 들어오는 가격대입니다. 하이엔드 워치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죠. 물론 롤렉스는 퍼페츄얼 파델로네의 생산량을 적게 유지할 것이고, 여전히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퍼페츄얼 파델로네가 지금까지 나왔던 롤렉스의 드레스 워치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큰 프라이팬을 꺼내든 롤렉스가 드레스 워치 시장을 어떻게 요리할지 주목됩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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