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그 시계
유명인의 시계 컬렉션 (1)
Brand Focus

유명인의 시계는 늘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바이버에서도 롤렉스를 사랑하는 래퍼들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죠. 인물의 인지도와 시계의 희소성,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곁들여질수록 유명세는 수직상승합니다. 그 진가는 대개 경매가 확인해줍니다.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처럼요. 사람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시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요? 유명인의 시계 중에서도 그런 ‘진짜배기'만 골라 소개하려 합니다.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

말할 것 없이 가장 유명한 롤렉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7년 10월 필립스 경매에서 1700만 달러(약 220억 원)에 낙찰되어 지금까지 가장 비싼 롤렉스로 회자되는 시계입니다.

폴 뉴먼의 데이토나 Ref. 6239 ⓒPHILLIPS

폴 뉴먼의 데이토나 Ref. 6239 ⓒPHILLIPS

폴 뉴먼은 1960년대를 풍미한 헐리우드 배우이자 카레이서였죠. 그의 아내 조앤 우드워드는 스피드광 남편을 걱정하며 당시 롤렉스 신제품이었던 데이토나 Ref. 6239 이그조틱 다이얼의 케이스백에 ‘DRIVE CAREFULLY ME’라는 메세지를 새겨 선물했습니다. 폴 뉴먼은 레이스에서 항상 그 시계를 찼기 때문에, 시계도 덩달아 ‘폴 뉴먼 데이토나’로 유명해졌습니다. 1963년부터 1980년대까지 생산된 데이토나(Ref. 6239, 6241, 6262, 6263, 6264, 6265. 그중에서도 이그조틱 다이얼 버전)이 그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폴 뉴먼의 2번째 데이토나 Ref. 6263 ⓒ Monochrome

폴 뉴먼의 2번째 데이토나 Ref. 6263 ⓒ Monochrome

1983년에 조앤이 두 번째로 선물한 데이토나 Ref. 6263도 2020년 필립스 경매에서 55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안그래도 구하기 힘든 ‘폴 뉴먼 데이토나'의 리셀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007 작가의
롤렉스 익스플로러

영화 속 제임스 본드가 오메가의 협찬을 받고 있긴 하지만, <007 시리즈> 원작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는 롤렉스를 찼습니다. 작가 이언 플레밍이 주인공에게 자신의 취향을 투영했기 때문입니다.

작가 이언 플레밍의 롤렉스 익스플로러 Ref. 1016 </br>
ⓒ Bob’s Watches

작가 이언 플레밍의 롤렉스 익스플로러 Ref. 1016
ⓒ Bob’s Watches

그의 시계는 롤렉스 익스플로러 Ref. 1016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함께할 만큼 정확하고 견고하지만 외모는 간결한 시계죠. 1953년부터 지금의 Ref. 124270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없이 오리지널 디자인을 유지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작중 제임스 본드의 롤렉스는 너클 대용으로 적의 턱뼈를 부수는 정도로 묘사되지만, ‘신사가 선택한 시계는 그의 새빌로 수트처럼 그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라는 소설 속 문장에서 알 수 있듯 매력적인 스파이의 손목에서 우아하게 자리했을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Explorer 1 124270

Explorer 1 124270

36mm, 블랙, 오이스터

link
Explorer 40 224270

Explorer 40 224270

40mm, 블랙, 오이스터

link

앤디 워홀의
까르띠에 탱크

탱크 워치를 사랑한 수 많은 유명인 중에서도 앤디 워홀의 애호는 각별합니다. 이 팝아트의 거장은 ‘탱크는 시간을 보려고 차는 시계가 아니다. 태엽을 감아본 적도 없다. 그냥 차야 하는 시계이기 때문에 찬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까르띠에의 아이콘인 탱크 워치는 이미 그 자체로 예술 작품과도 같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앤디 워홀이 사랑한 탱크 ⓒ GQ

앤디 워홀이 사랑한 탱크 ⓒ GQ

실제로 앤디 워홀의 많은 사진에서 탱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만, 1970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한 자화상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로코코 스타일의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앤디 워홀이 아니라, 그의 손목 위 탱크 워치죠. 그가 탱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Tank Must XL WSTA0040

Tank Must XL WSTA0040

41mm x 31mm, 실버/로만/기요세

link
Tank Must LM WSTA0041

Tank Must LM WSTA0041

33.7mm x 25.5mm, 실버

link
Tank Must SM WSTA0042

Tank Must SM WSTA0042

29.5mm x 22mm, 실버

link

실베스터 스탤론의
파네라이

영원한 ‘록키'와 ‘람보', 실베스터 스탤론은 진성 ‘파네리스티(파네라이 마니아)’였습니다. 이탈리아의 로컬 브랜드였던 파네라이를 세상에 알린 인물로도 유명하죠. 영화 <데이라이트>(1996) 촬영차 방문한 로마에서 파네라이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루미노르 시계를 벗지 않았다고 합니다. 파네라이와 함께 ‘데이라이트' 한정판을 제작하기도 했죠.

파네라이 루미노르 5218-201/a를 착용한 실베스터 스탤론 </br>
ⓒ Hodinkee

파네라이 루미노르 5218-201/a를 착용한 실베스터 스탤론
ⓒ Hodinkee

그 사랑이 얼마나 극진했는지 주변인(아놀드 슈워제네거도 그중 하나입니다)에게 전파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 모든 에피소드가 모두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실베스터 스탤론은 자신의 자발적인 홍보에 어떠한 보답도 하지 않은 파네라이에 실망했다며 <데이라이트>의 루미노르를 필립스 경매에 내놓아 버렸죠. 진실이 무엇이든 그는 여전히 파네라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론진 커브렉스

인류가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계와 인연이 깊었습니다. 특허청에서 일할 때 유명 논문을 5편이나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시계 동기화 관련 아이디어를 다수 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의 손목에도 당연히 시계가 함께 했습니다. 파텍 필립을 찼다는 설도 있지만 그의 사진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시계는 론진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론진 커브렉스
ⓒ Maeil Business

아인슈타인의 론진 커브렉스 ⓒ Maeil Business

1930년대의 전형적인 토노 시계로, 에드가 마그닌이라는 랍비가 아인슈타인의 이름과 날짜 등을 새겨 선물했다고 전해지죠. 이 시계는 사진과 신문 스크랩 등 충분한 증거를 갖춰 2008년 앤티쿼럼 뉴욕 경매에서 무려 59만6000달러(약 7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맥아더 장군의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2015년 앤티쿼럼 경매 목록에 1930년대 리베르소 시계가 올랐습니다. 다이얼을 보호하기 위한 회전 케이스에 ‘D MAC A’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죠.

맥아더 장군의 리베르소 ⓒ Google

맥아더 장군의 리베르소 ⓒ Google

바로 6.25 전쟁 당시 UN군 최고사령관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시계였습니다. 장군의 직계 후손이 직접 진위를 확인했고요. 예상 낙찰가는 1만~2만 달러(약 1400만~2900만원)였지만 예거 르쿨트르에서 8만7000스위스프랑(약 1억2000만원)에 낙찰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 본사 뮤지엄에 전시하지 않을까 싶네요.

존 레논의
파텍 필립 Ref. 2499

한창 ‘뜨거운 감자'입니다. 사라졌던 ‘레논 2499’,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파텍 필립 Ref. 2499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존 레논의 파텍 필립 Ref. 2499 ⓒ Getty images

존 레논의 파텍 필립 Ref. 2499 ⓒ Getty images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를 결합한 Ref. 2499는 파텍 필립이 35년 동안 단 349개만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 레퍼런스입니다. 그중 하나를 오노 요코가 뉴욕 티파니앤코 매장에서 구입해 40번째 생일을 맞은 존 레논에게 선물한 것이죠. 그리고 불과 두 달 뒤 존 레논이 사망하고 시계의 행방도 묘연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오노 요코의 운전 기사가 그 시계를 훔쳐 한 수집가에게 몰래 넘겼고, 법정 공방 후 오노의 소유권이 인정되었다는 사실을 필립스 소속의 Arthur Touchot가 밝혔습니다.

오노의 소유권 인정 증명 인스타그램 ⓒ Arthur_touchot

오노의 소유권 인정 증명 인스타그램 ⓒ Arthur_touchot

만약 이 시계가 경매에 등장한다면 그 낙찰가는 최소 200만~400만 달러(약 26억 6000만~53억 2000만 원)로 추정합니다. 무려 4000만 달러(532억 원) 육박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액을 떠나서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손목시계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합니다.

Tampa

Writer

시계 칼럼리스트

래퍼들의 롤렉스 사랑
롤렉스와 힙합 첫 번째 이야기
변하지 않는 오랜 친구
익스플로러 1 진화 과정
세계 최고의 워치메이커 파텍 필립
파텍 필립은 어떻게 최고가 되었는가
까르띠에 탱크의 변천사
까르띠에 탱크의 무한한 변주
어떤 시계가 새로 등장할까?
2023 Watches and Wonders (1)
한국, 일본, 미국 리테일가 비교
어느 나라의 롤렉스가 가장 비쌀까?
롤렉스에는 왜 뚜르비옹이 없을까?
롤렉스의 브랜드 전략
나와 내 시계 Vol. 1
Rolex 익스플로러 1과 허준의 이야기
롤렉스를 떠나가는 래퍼들?!
롤렉스와 힙합 두 번째 이야기
중고 시계 구매 완벽 가이드
바이버에서 시계를 구매하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