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앞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F1 더 무비〉는 극장에서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평생 자동차를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식스티 세컨즈〉가 차지하고 있는 '인생 자동차 영화' 자리를 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반면, 〈F1 더 무비〉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IWC에 대해서는 '흠….'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영화 속 시놉시스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90년대 포뮬러 원(F1)에서 당시 거물이었던 에어턴 세나와 경쟁을 하던 루키 슈퍼스타였으나, 치명적인 사고를 겪은 후 포뮬러 원에서 은퇴하여 이후 레이싱계의 부랑자처럼 살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하지만 만년 꼴찌 팀을 소유하고 있는 전직 동료의 절실한 부탁과, 당시 이루지 못한 F1 챔피언에 대한 도전을 위해 컴백하여 2023년 F1 시즌의 슈퍼스타인 루이스 해밀턴, 맥스 베르스타펜 등과 겨루게 됩니다(소속 팀과 팀메이트와의 갈등도 재미있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생략).
실제 F1 슈퍼스타들의 출연으로 몰입감이 한층 더 극대화되는 생생한 재미가 있습니다.
실제 맥스 베르스타펜과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레이싱 영화인 만큼 시계도 적지 않은 주목을 받는데, 이번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함께한 IWC의 무대였습니다.
© Motor Sport Magazine
F1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루이스 해밀턴이 영화 제작자로 참여했을 정도로 〈F1 더 무비〉는 현실 디테일에 신경 쓴 작품입니다. 그래서 브래드 피트가 경주를 뛰는 차량도 메르세데스-벤츠 AMG이며, 공식 타임키퍼 역시 IWC입니다.
F1의 주얼리 착용 금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여러 주얼리와 함께 세 개의 시계를 착용한 루이스 해밀턴© Getty, IWC
조금 억지스럽다고 느낀 PPL도 있는데, 이 중 하나는 영국 시골에서 브래드 피트가 타는 SUV(굳이 벤츠의 빈티지 G바겐을… 랜드로버 디펜더가 있음에도), 그리고 브래드 피트의 손목을 장식한 IWC 인제니어(Ingenieur) SL입니다.
커스텀 다이얼을 입은 인제니어 SL 1832 ©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 IWC
잠깐 IWC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리서치를 하면서 '휴… 무슨 스토리텔링을 해야 되지?'라는 걱정을 가장 많이 한 워치메이커입니다.
© Hodinkee
IWC라는 이름은 International Watch Company의 약자입니다(보통 여기서 놀라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너무 황당할 정도로 단순한 네이밍이어서 말이죠).
International Watch Company 로고© Zeitauktion
마치 대문자 Times New Roman 알파벳 세 개를 적당히 띄운 것 같은 로고도 좋게 말하면 이 워치메이커의 '담백함'을 더합니다.
한눈에 보는 브랜드 로고 변화© Marcels Watch, Mr. Porter
1868년에 탄생한 IWC는 대량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스위스 워치메이킹에 접목시키겠다는 한 미국인의 취지로 설립되었습니다.
© IWC
2차 대전 파일럿을 위해 탄생한 '파일럿' 시리즈의 타임피스가 아마도 IWC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지 않을까 싶고요. IWC의 파일럿 워치는 다이얼은 시인성과 가독성에 최적화 되었지만 멋 부림이라곤 단 한 눈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 항공 테마의 롤렉스 GMT-마스터와는 비교가 됩니다).
© Rolex, IWC, Vintage-Brietling
한때 IWC는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영화 킹스맨으로 수트와 클래식 스타일링이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파네라이, 로얄오크 오프쇼어 등 '빅 사이즈 시계'가 유행을 타던 시절, IWC의 포르투기저(Portugieser)는 국내 대표 예물 시계 중 하나였습니다. 드레시함과 스포티함이 균형 있게 공존하는 시계여서 그런 인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 Monochrome
하지만 지금은 정말 찾는 사람만 찾는 워치메이커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팬데믹 직전 연간 17만 개 가까이 판매되었던 IWC는 지금 12만 개로 줄었고, 같은 기간 매출도 33% 감소했습니다.
© Watch Terminal
그래도 정말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IWC를 차고 계신 분들을 만날 수 있고, 한 행사에서 뵈었던 어느 포르쉐 컬렉터께서는 IWC 말고는 눈이 가는 시계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매출과는 별개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확실히 갖추고 있는 편입니다.
다 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Bulang and Sons
이분들이 IWC에서 느끼는 매력은 단순히 '시계'를 만들기보다 '시간'에 대해 집착할 정도로 심도 깊은 연구를 거쳐, 그 결과물을 시계 속 보이지 않는 곳에 공들여 정밀하게 담아내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 IWC
400년 주기의 그레고리력 윤년 규칙을 정교한 400년 기어로 구현한 ‘이터널 캘린더’는, IWC의 오랜 시간 연구가 낳은 기술적 결실입니다. 일반적인 퍼페추얼 캘린더가 4년마다 윤년을 단순 계산하는 반면, 이터널 캘린더는 100년 단위의 예외와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가 다시 윤년이라는 복잡한 규칙까지 기계적으로 반영합니다. 다만, 3400년처럼 먼 미래의 윤년 여부는 아직 역사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3999년까지 정확한 날짜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 IWC, Hodinkee
과연 IWC는 F1과의 협업을 통해 다시 부상할 수 있을까요? 브래드 피트의 손목에 채워졌던 커스텀 인제니어를 비롯하여 루이스 해밀턴이 디자인에 참여한 "Mercedes-AMG Petronas F1 Team" 파일럿은 컬렉터들의 마음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을까요?
© IWC, Mercedes-Benz
이러한 캠페인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F1 더 무비〉 개봉 기념으로 출시된인제니어 오토매틱 40 리미티드 에디션 © IWC, Apple Original Films, Warner Bros.
그래도 IWC가 F1, 브래드 피트, 루이스 해밀턴, 그리고 한스 짐머와 협업한 덕분에 대중은 가슴 뛰는 명작을 만날 수 있었고, IWC에 대해 많은 생각과 기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Ingenieur Automatic 40 IW328908
40mm, 그린
Ingenieur Automatic 40 IW328904
40mm, 그레이
Ingenieur Automatic 40 IW328907
40mm, 블루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Watch Ter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