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린트 광고 / © Breitling
브라이틀링은 크로노그래프의 역사를 함께해온 브랜드입니다. 특히 항공 산업과 파일럿, 그리고 밀리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델이 바로 파일럿 워치인 내비타이머로 널리 알려져 있죠.
그러나 그들의 활동 무대는 하늘에만 머물지 않고, 바다를 위한 슈퍼오션, 그리고 땅을 위한 탑 타임 같은 다양한 모델로 끊임없이 확장되었습니다. 이처럼 브라이틀링은 지구상의 모든 환경과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밀하고 신뢰성 높은 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이제는 풍부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모험을 함께하는 시계로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 Breitling, Vintage Watch INC
기계식 스톱워치인 크로노그래프를 떠올리면 케이스 측면에 위치한 두 개의 푸시 버튼 실루엣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버튼들은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정지시키고, 모든 바늘을 0으로 되돌리는 리셋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처럼 크로노그래프의 핵심 기능인 리셋 기능을 발명한 사람은 아돌프 니콜입니다. 니콜의 발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크로노그래프 바늘을 0으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을지 모릅니다(너무 극단적일까요?). 브라이틀링의 역사가 바로 이 리셋 기능이 탄생한 시점에 시작됩니다. 브랜드의 창업자 레옹 브라이틀링(Léon Breitling)은 크로노그래프의 발전 가능성을 직감하고, 스톱워치와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첫 ‘싱글푸셔’ 크로노그래프 / © Breitling
레옹 브라이틀링의 예측은 적중합니다. 20세기 초, 타키미터 스케일을 넣은 크로노그래프는 모터스포츠가 태동하면서 수요가 늘어났고, 브라이틀링은 공급처를 늘려갑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가스통 브라이틀링(Gaston Breitling)은 막 비상하려던 항공 분야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윌리 브라이틀링(Willy Breitling)은 푸셔가 두 개 있는 모던 크로노그래프를 대중화시키죠. 이처럼 브라이틀링 가문은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발전을 개척하고 산업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Breitling
아직 회중시계가 주류였던 시기였기 때문에, 파일럿이 비행 중 시간을 확인하는 일은 불편하고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있는 회중시계에 스트랩을 장착해, 신속하게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안전한 비행을 도우며, 브라이틀링의 미래를 내다봤습니다.
초기 크로노맷 모델 / © Timeline
1941년, 크로노맷이 등장합니다.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와 '매스매틱스(Mathematics)'를 합성한 이름인 크로노맷은 베젤 스케일을 돌려 사칙연산이나 퍼센티지 계산 같은 간단한 기능을 갖춘 크로노그래프였습니다. 초기 크로노맷은 현재의 내비타이머와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크로노맷의 모던 디자인의 시작 / © Breitling
현재의 크로노맷 디자인은 1984년 이탈리아 공군 ‘프레체 트리콜로리(Frecce Tricolori)’ 에어로바틱 팀을 위해 제작된 모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파일럿 워치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올라운더 스포츠 워치로 성격이 변모했습니다. 다이버 워치와 유사한 베젤에는 쿼터(15분) 단위로 큐브형 탭이 달려 있습니다. '라이더 탭(Rider Tabs)'이라고 불리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테일은 베젤을 보호하고, 15분과 45분의 탭을 서로 바꿔서 장착하는 것으로 카운트 업 혹은 카운트 다운 기능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룰로 브레이슬렛(Rouleaux Bracelet)'이라는 원통 모양 링크를 연결한 독특한 브레이슬릿도 크로노맷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요소입니다.
모던 크로노맷 / © Breitling
© The Hour Markers, Breitling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에서 맹활약하며 역할이 커진 비행기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됩니다. 제트 엔진의 사용으로 비행거리가 늘어나면서 민간항공 시대의 막이 올랐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52년, 첫 내비타이머가 등장합니다.
Ref. 806 / © Breitling
A.O.P.A(Aircraft Owners and Pilots Association)의 공식 시계로 채택된 내비타이머는 크로노맷에서 계승한 회전 스케일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슬라이드 룰(Slide Rule)'이라 불리는 회전 스케일과 다이얼의 눈금을 결합해, 사칙연산은 물론 비행속도, 연료 계산, 단위 환산 같은 전문적인 비행용 계산기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이는 실제로 플라이트 컴퓨터 E6-B의 기능을 응용해, 파일럿의 비행에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 © Breitling
빡빡하고 복잡해 보이는 다이얼 설계가 내비타이머 고유의 매력입니다. 현재의 내비타이머는 A.O.P.A(Aircraft Owners and Pilots Association)가 보급을 담당했던 시절의 로고를 다시 채택하는 등, 초창기 모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남성용 케이스 지름이 41, 43, 46mm로 확장되어 현대적인 취향에 맞게 변화했습니다.
© aBlogtoWatch
© Breitling
1950년대 초반, 스쿠바 다이빙과 자원, 학술 탐사 등을 목적으로 한 심해 잠수로 다이버 워치 장르가 탄생합니다. 브라이틀링 역시 이 새로운 흐름에 동참하며 1957년 슈퍼오션을 선보입니다.
© Breitling, Horobox
현재 슈퍼오션 컬렉션은 슈퍼오션과 슈퍼오션 헤리티지로 나뉩니다. 그중 슈퍼오션 헤리티지는 초창기 모델인 Ref. 1004(타임 온리)와 Ref. 807(크로노그래프)의 디자인 특징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 Breitling
크로노그래프의 명가 브라이틀링답게, 슈퍼오션 컬렉션은 크로노그래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들은 케이스백과 크라운은 물론, 푸시 버튼에까지 신뢰할 수 있는 방수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치열한 다이버 워치 시장 속에서 슈퍼오션의 독특한 개성은 케이스에 베젤을 고정하는 나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처럼 잠수 시간을 측정하는 견고한 베젤은 스크류인 방식으로 설계되어 안전성이 보장됩니다.
초창기 모델의 상징적인 6시와 12시 방향의 독특한 야광 인덱스를 오마주하여 컬렉션의 정체성을 이어갑니다.
© Fratello, Oracle Time
슈퍼오션은 '슬로우 모션(Slow Motion)'이라는 별칭을 가진 모델의 특징을 계승했습니다. 미닛 인덱스가 있는 다이얼 외곽을 화이트로 처리하고, 초침을 없앴습니다. 초침이 없는 대신, 잠수 시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초침처럼 작동하고 6시 방향의 도트(Dot)가 인디케이터 역할을 수행하여 다이버에게 높은 신뢰를 주었습니다. 현재는 타임 온리로 나오지만, 개성적인 디자인을 대부분 이어 받았습니다. 모델에 따라 300m에서 1,000m의 방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원색의 컬러풀한 다이얼과 레인보우 인덱스로도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입니다.
© Breitling
1960년대는 비틀즈, 롤링 스톤즈 같은 전설적인 락 밴드가 활약하고, 냉전 시대에 따른 우주 경쟁과 자동차가 크게 보급되었습니다. 모터스포츠의 열풍이 불었죠. 당시 ‘카페 레이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빠르고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합니다.
© Breitling
60년대의 문화, 특히 카페 레이서로 대변되는 자동차, 바이크 문화를 반영한 탑 타임은 젊은 전문직을 타겟으로 삼았다고 하죠. 대담한 비율과 그래픽 다이얼 디자인에 매료된 이들에게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탑 타임은 역동적인 세대의 자기 표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합니다.
© Breitling
1970년대에 단종되었던 이 컬렉션은 2020년 복각판으로 귀환했고, 현재는 컬렉션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1960년대의 복고풍 디자인과 당시의 트렌디했던 진한 컬러를 반영한 라운드 케이스 외에 쿠션 케이스도 컬렉션을 구성합니다.
© Breitling
브라이틀링의 B01 칼리버는 2009년에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브라이틀링 최초의 자체 개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자동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약 5년간의 개발을 거쳐 완성된 이 칼리버는 70시간의 파워리저브와 COSC 인증을 받은 정확도를 갖췄으며, 컬럼 휠과 수직 클러치 메커니즘을 통해 안정적인 크로노그래프 작동을 제공합니다. 이 B01 칼리버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중심인 브라이틀링의 주요 컬렉션에서 활약 중입니다. 튜더의 무브먼트 회사 케니시(Kenissi)와 서로 무브먼트를 교환하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Breitling
2017년부터 시작된 협업을 통해 브라이틀링은 자사의 B01 칼리버를 제공하고, 튜더의 무브먼트 회사인 케니시(Kenissi)로부터 MT5612 칼리버를 공급받으며 서로의 기술적 역량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B01은 튜더의 MT5813으로 변형되고, MT5612는 브라이틀링의 B20으로 변형되는 관계입니다.
© Breitling, Millenary Watches
2013년 기준, 브라이틀링은 COSC 인증 받은 수는 약 15만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인증 수는 240만개가 넘습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계를 다양한 장르와 디자인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인하우스 칼리버로 독자성과 개성을 근본적으로 확보하고 있죠.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프리미에르 컬렉션
© Breitling
브라이틀링 대표 컬렉션인 내비타이머, 크로노맷, 슈퍼오션 패밀리, 탑 타임 외에도 카탈로그가 매우 큽니다. 클래식한 올라운더 크로노그래프인 프리미에르, 터프한 어벤져, 고전 파일럿 워치를 재현한 클래식 AVI 등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루 충족시킬 수 있는 폭넓은 컬렉션을 보유중입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풍부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하늘과 바다, 땅을 아우르는 시계를 제작하는 브라이틀링.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각 시대와 공간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