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기 쉬운 시계 용어
시계 중급자가 되기 위한 용어 정리 2
Beginner

시계 뉴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당신. 이제 기계식 시계와 쿼츠 시계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나요? 새로운 뉴비를 보면서 시계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지 않나요? 그런데 계속 헷갈리는 용어가 있단 말입니다. 이것만 확실하게 안다면 엄마, 아빠, (이제 더 듣고 싶어하지 않은) 여친, 또 기추한 시계 자랑에 여념이 없는 회사 부장님에게 막힘없이 시계 이야기를 더욱 술술 말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알려드립니다. 헷갈리는 용어 정리 A to Z!

긴가민가한
무브먼트와 칼리버의 차이

© Cartier

© Cartier

시계의 무브먼트(Movement)는 한마디로 자동차의 엔진과도 같습니다. 시간 표시의 핵심적인 기계장치라 할 수 있죠. 손목시계는 작동 방식에 따라 크게 기계식(Mechanical)과 쿼츠식(Quartz)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태엽을 동력으로, 후자는 배터리나 축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합니다. 둘은 동력원은 다르지만, 일정한 진동을 이용해 시간을 표시한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시계의 엔진이 무브먼트이고, 무브먼트는 기계식 무브먼트와 쿼츠식 무브먼트로 구분됩니다.

쿼츠 무브먼트는 일반적으로<br/>배터리와 코일의 유무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br/>© Cartier

쿼츠 무브먼트는 일반적으로
배터리와 코일의 유무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Cartier

그럼 칼리버는 무엇일까요? ‘Caliber’, 보통 ‘Cal.’로 표기하곤 하는 칼리버는 다시 엔진에 비유하자면 엔진의 고유 식별번호나 코드에 해당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256 엔진, BMW의 S55 엔진처럼, 시계 브랜드에도 저마다의 ‘엔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롤렉스의 칼리버 3235, 오메가의 칼리버 8800 같은 식이죠.

칼리버라는 용어는 1715년, 영국 출신 시계 제작자 헨리 설리(Henry Sully)가 프랑스에서 시계 무브먼트의 설계 레이아웃과 치수를 표현하기 위해 처음 사용하면서 시계학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롤렉스의 Cal. 3135와 Cal. 3235 / © Rolex

롤렉스의 Cal. 3135와 Cal. 3235 / © Rolex

이후 칼리버는 특정 무브먼트의 설계를 지칭하는 말로 발전했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칼리버’는 38구경, 45구경처럼 총기의 구경을 뜻하기도 합니다. 원형의 무브먼트처럼 지름을 가진 물체를 지칭하다 보니, 무브먼트도 칼리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요즘은 무브먼트와 칼리버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부르지 않지만, '엔진이냐 엔진의 식별번호냐'라는 차이는 있습니다. 아무튼, 칼리버 넘버를 알면 핸드 와인딩인지 셀프 와인딩인지 구분할 수 있고, 파워리저브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기능이 들어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핸드 와인딩, 셀프 와인딩
차이가 뭘까?

좌: 랑에 운트 죄네 1815 / 우: 파텍 필립 노틸러스<br/>© A. Lange & Söhne, Patek Philippe

좌: 랑에 운트 죄네 1815 / 우: 파텍 필립 노틸러스
© A. Lange & Söhne, Patek Philippe

핸드 와인딩(hand-winding)과 셀프 와인딩(self-winding)은 기계식 무브먼트에서 태엽을 감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핸드 와인딩은 ‘수동’ 또는 ‘매뉴얼 와인딩(manual-winding)’이라고도 하고, 셀프 와인딩은 ‘자동’ 혹은 ‘오토매틱(automatic)’이라고 부릅니다. 두 방식의 차이는 태엽을 감는 핵심 장치인 로터(Rotor)의 유무로 갈립니다. 손목의 움직임을 이용해 스스로 태엽을 감을 수 있는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에만 로터가 달려 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무브먼트는 셀프 와인딩 방식이기도 합니다. 로터 유무로 구분하기 때문에 시스루백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혼동을 유발하는 무브먼트가 있습니다.

많은 시계인들의 추억이 담긴 SKX007과 SKX013.<br/>무브먼트에 무슨 특징이 있을까요? / © Hodinkee

많은 시계인들의 추억이 담긴 SKX007과 SKX013.
무브먼트에 무슨 특징이 있을까요? / © Hodinkee

바로 셀프 와인딩이지만 핸드 와인딩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즉, 크라운으로 시계 태엽을 감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세이코를 보유하셨다면 경험해볼 수 도 있었던 무브먼트.<br/>오직 동력으로만 태엽을 감을 수 있습니다 / © Seiko

세이코를 보유하셨다면 경험해볼 수 도 있었던 무브먼트.
오직 동력으로만 태엽을 감을 수 있습니다 / © Seiko

셀프 와인딩은 기본적으로 핸드 와인딩처럼 직접 태엽을 감는 기능을 지원하지만, 드물게 예외적인 경우가 있어 두 방식의 개념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셀프 와인딩 메커니즘을 탑재한 대부분의 명품 시계는 이러한 불편함을 보완했기 때문에 크게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인하우스와 매뉴팩처

‘매뉴팩처에서 생산한 인하우스(In-house) 무브먼트’라는 표현을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해석(?) 하자면 ‘시계 공장에서 생산한 자사 무브먼트’라는 뜻입니다. 평이한 내용 같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합니다. 일반적으로 ‘매뉴팩처(Manufacturer)’라고 하면 생산 회사, 즉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칭합니다. 그러나 시계 업계에서는 조금 다르게 사용되는데요. 시계 생산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를 가리킵니다.

이 무브먼트들의 공통점은? / © Time + Tide

이 무브먼트들의 공통점은? / © Time + Tide

직접 생산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로 논란이 된 적 있는데, 보통 매뉴팩처라고 하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만들 수 있으면 인정해주는 편입니다.

직접 생산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뉴팩처로 인정받으려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튜더는 최종 시계 조립과 검수는 자체적으로 수행하지만, 무브먼트 생산은 케니시(Kenissi)에 의존합니다.

레드 윙 (튜더)은 최종 시계 조립 및 검수<br/>그레이 윙 (케니시)은 무브먼트 생산 / © Tudor

레드 윙 (튜더)은 최종 시계 조립 및 검수
그레이 윙 (케니시)은 무브먼트 생산 / © Tudor

직접 생산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핵심 기준은 ‘독점성(exclusivity)’입니다. 특정 무브먼트가 한 브랜드만을 위해 제작된다면, 일반적으로 이를 사실상 인하우스 무브먼트급으로 인정해줍니다.

브라이틀링은 일부 모델에서 튜더와 무브먼트를 공유하기도 하며, 태그호이어는 아쿠아레이서 슈퍼다이버(Aquaracer Superdiver)에 탑재된 TH30-00처럼 브랜드 전용으로 케니시가 제작한 무브먼트를 사용합니다. 한편 샤넬은 2018년 케니시에 20% 지분을 확보했고, 케니시 공장이 스위스 르로클(Le Locle)에서 튜더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음에도, 샤넬 전용으로 제작된 일부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무브먼트’로 불립니다.

이로 인해 ‘인하우스 무브먼트 ≓ 매뉴팩처’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다만 순수론자들은 매뉴팩처라면 인하우스 무브먼트뿐 아니라 핸즈, 스크류 같은 작은 부품까지 모두 자체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기준으로는, 매뉴팩처로 부를 수 있는 시계 회사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매뉴팩처로는 롤렉스, 파텍 필립, 랑에 운트 죄네, 예거 르쿨트르, 오데마 피게, 오메가, IWC 등이 있습니다.

정확도 VS 정밀도

스피드마스터 슈퍼 레이싱<br/>Spirate™ 시스템으로 초미세 속도 조절이 가능한<br/>오메가 9920 탑재(0/+2 일오차) / © Omega

스피드마스터 슈퍼 레이싱
Spirate™ 시스템으로 초미세 속도 조절이 가능한
오메가 9920 탑재(0/+2 일오차) / © Omega

정확도(Accuracy)는 시계가 실제 시간과 얼마나 가까운 시간을 표시하는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오차가 평균 +3초라면, 시계가 실제 시간보다 3초 빠르게 간다는 뜻입니다. 반면 정밀도(Precision)는 시계의 시간 표시가 얼마나 일관된지를 나타냅니다. 정밀한 시계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매일 일정하게 빠르거나 느리게 갑니다. 앞서 예로 든 하루 평균 오차 +3초의 시계는, 정확도와 정밀도 모두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격 훈련에서 하는 ‘영점 조절’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 Tetravision

© Tetravision

예를 들어 하루 오차가 평균 -10초라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정밀도는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관되게 하루 오차가 -10초라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이 때는 오차를 수정해 정확도를 올리면 좋은 시계가 됩니다. 비슷한 느낌의 용어이고, 시계의 오차 조건에 따라서 ‘정확도 = 정밀도’가 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방수 성능
미터(m), 바(bar), 대기압(ATM)

© Tudor

© Tudor

시계의 방수 성능을 나타낼 때는 미터 단위를 흔히 사용합니다. 그래서 종종 ‘100m 방수’라고 하면 실제로 100미터 수심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시계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100m 방수는 물결이 치지 않는 잔잔한 물속에서의 수심 100미터에 해당하는 수압을 견디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거친 물살이나 강한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는 방수 성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G Studio Limited, Blancpain

© G Studio Limited, Blancpain

방수 성능을 나타낼 때는 미터 단위 외에도 바(bar)나 대기압(ATM) 단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ATM은 시계가 견딜 수 있는 수압 수준을 나타내는 용어인 “기압(atmospheres)”의 약어입니다. 일반적으로 100m 방수는 대략 10 bar, 10 ATM으로 환산됩니다. 미터 단위에서 마지막 0을 하나 제거하면 되므로, 환산이 어렵지 않아 방수 성능을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1 ATM은 1.01325 bar이지만, 실제 적용 시에는 편의상 정확한 측정값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아, 맞다. 피트 단위를 빼먹었군요. 피트 단위 표시는 보통 미터 단위와 함께 표시되며, 각종 단위 변환기를 사용하면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미터와 피트가 함게 표시된 서브마리너와 씨마스터<br/>© Rolex, Omega

미터와 피트가 함게 표시된 서브마리너와 씨마스터
© Rolex, Omega

새로운 통합 방수 표준?

2024년, 파텍 필립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통합 방수 표준’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30m가 단순히 빗방울 정도를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30m 깊이에서도 방수가 가능한 '진정한 수심 등급'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변화가 다른 시계 브랜드들이 방수 등급을 표기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

현재 파텍 필립 카탈로그에서 노틸러스와 골든 엘립스는<br/>사실상 동일한 방수 성능을 제공합니다. / © Patek Philippe

현재 파텍 필립 카탈로그에서 노틸러스와 골든 엘립스는
사실상 동일한 방수 성능을 제공합니다. / © Patek Philippe

실제 보도자료 발췌입니다(번역):
파텍 필립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위해, 방수 인증을 받은 모든 시계에 대해 30미터를 기준으로 한 통합 방수 표준을 도입했습니다. 이 기준은 공기와 수중에서 3기압(약 30m 깊이)에 해당하는 과압 상태에서 테스트된 결과를 근거로 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모델에서 동일한 방수 성능을 보장할 수 있으며, 고객이 시계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손 씻기, 샤워, 목욕, 수영, 30m 깊이까지의 다이빙 등 일상적인 수중 활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할 수 있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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