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endar
시계 중급자가 되기 위한 캘린더 기능 심화학습
Beginner
© Vacheron Constan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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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뉴비' 딱지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당신. 이제 크로노미터와 크로노그래프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나요? 새로운 뉴비를 보며 시계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지 않나요? 그런데 기능은 아직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이것만 확실하게 안다면 엄마, 아빠, (듣고 싶어하지 않는) 여자친구, 새로 산 시계 자랑에 여념이 없는 회사 부장님에게 막힘없이 시계 이야기를 더욱 술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알려드립니다. 시계 기능 정리 A to Z. 이번에는 캘린더 기능입니다.

캘린더 기능이란?

© Patek Philippe

© Patek Philippe

캘린더는, 한마디로 말하면 날짜 기능을 말합니다. 보통 다이얼 3시 방향에 네모난 창을 내고, 그 아래에는 1부터 31까지의 숫자가 매일 자정이 될 때마다 바뀌면서 날짜를 알려주게 됩니다. 캘린더 기능은 얼마나 많은 날짜 정보를 알려주는지에 따라, 이름이 바뀌고 메커니즘도 복잡해집니다. 캘린더 기능의 정점인 퍼페추얼 캘린더는 컴플리케이션 기능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캘린더 기능의 기본 – 데이트(Date)

© Ro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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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본 기능이라고 부를 정도로 흔한 기능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에 데이트 기능을 가진 시계가 엔트리 모델일 만큼 대중적이고 익숙한 기능이죠. 데이트 윈도우(날짜창)라 불리는 다이얼의 네모난 창을 통해서 보여주는 숫자가 날짜입니다.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는 데이트 기능을 가졌음을 알려주는 직관적인 이름입니다. 데이트 뒤의 저스트(Just)는 퀵 체인지를 말하는데, 날짜가 바뀌는 자정 즈음에 순식간에 '찰칵'하며 순식간에 바뀌는 기능에서 유래합니다. 퀵 체인지가 없으면 자정을 전후로 날짜 디스크가 느긋하게 돌며 바뀌게 되는데요. 이 때 날짜와 날짜 사이의 빈 공간이 보이기도 하고, 정확하게 며칠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퀵 체인지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 Monochrome

© Monochrome

유저가 날짜를 직접 바꿀 때, 대부분의 시계는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날짜를 15일로 조정하려다가 실수로 16일까지 돌렸다면, 날짜를 계속 더 돌려서 31일을 지난 다음 다시 15일로 돌아와야 하죠. 이런 방식은 뒤로 돌릴 수 없어 매우 불편한데요. 롤렉스 GMT-마스터 II 같은 시계는 뒤로 돌릴 수 있어 편리합니다. 보통 다른 시간대를 함께 표시할 수 있는 GMT 시계에서 이런 방식이 많습니다. 분침은 고정하고 시침만 한 시간 단위로 돌릴 수 있는 조작방식을 이용해, 날짜를 앞, 뒤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유저가 비행기를 타고, 여러 나라를 이동하다가 보면 마이너스 타임존으로 이동해 날짜가 과거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편리한 날짜 조정 방식이지만, 데이트저스트처럼 날짜만 조정하는 모드가 없어 날짜를 많이 바꿔야 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일도 알고 싶다! 데이데이트(Day-Date)

© Ro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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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델을 이용해 캘린더 기능을 설명하고 싶지만, 롤렉스의 데이-데이트만큼 데이데이트 기능을 직관적으로 말하는 시계도 없습니다. 이름부터 데이-데이트니까요. 12시 방향에 요일 창을 추가했습니다. 날짜와 요일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실용적이죠. 롤렉스 데이-데이트처럼 두 개의 창을 이용하는 방식도 있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 데이-데이트처럼 두 개의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 aBlogtoWatch

© aBlogtoWatch

레트로그레이드는 인디케이터(침)가 끝에 도달하면 튕기듯 원점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일컫습니다. 날짜와 요일을 모두 레트로그레이드로 구현해서, 매주 일요일과 매달 마지막 날에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화살표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날짜, 요일에 월도 알고 싶다
풀 캘린더(Full Calendar)

© Jaeger-LeCoultre

© Jaeger-LeCoultre

날짜, 요일, 월을 모두 표시하는 캘린더 기능을 풀 캘린더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세 개의 날짜 정도를 알려준다고 해서, 트리플(Triple) 캘린더라고도 불렀습니다. 요즘은 풀 캘린더 외에 컴플리트(Complete) 캘린더라고 합니다. 세 개의 날짜 정보가 모여 있기 때문에, 창을 이용해 보여주려면 다이얼 공간이 비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풀 캘린더는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죠. 전형적으로는 두 개의 작은 창과 포인터를 활용합니다. 이렇게 공간이 확보되어 종종 문페이즈하고 짝을 이루곤 합니다. 예거-르쿨트르 마스터 컨트롤 캘린더는 풀 캘린더 구성의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포인터가 15일에서 16일을 지날 때, 점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페이즈가 있는 부분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날짜 수정이 귀찮지만
합리적인 구매를 하고 싶다
애뉴얼 캘린더(Annual Calendar)

© Patek Philippe

© Patek Philippe

기능이 많아질수록 보통 그만큼의 대가를 치릅니다. 데이트, 데이데이트, 풀 캘린더는 한 달, 즉 30일이거나 2월의 마지막 날에 유저가 날짜를 수정해야 합니다. 매달 조정하기에는 조금 귀찮은 일일 수도 있는데요. 애뉴얼 캘린더는 윤년이 있는 해의 2월 29일을 제외하고는, 다른 달에는 30일과 31일을 알아서 구분해 날짜를 바꿔줍니다. 일 년에 단 하루만 제외하면 자동으로 날짜를 알아서 바꿔주므로 스몰 컴플리케이션의 하나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날짜 기능을 좀 더 편하게 쓰고 싶으면서, 가격도 합리적이고 싶다면 애뉴얼 캘린더가 좋은 선택입니다.

© Rolex

© Rolex

애뉴얼 캘린더 시계 또한 대체적으로 창과 서브다이얼을 이용하여 시간을 나타내지만, 롤렉스의 스카이-드웰러는 사로스(Saros) 애뉴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탑재하면서, 월을 숫자가 아닌 인덱스 위에 레드 하이라이트로 보여줍니다. 시계가 표시하는 12시간을 월로 보여주는 방식이죠. 위 이미지의 스카이-드웰러는 8월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캘린더 기능의 정점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

© Jaeger-LeCoultre

© Jaeger-LeCoultre

시계를 매일 착용해서 파워리저브가 충분히 공급된다면, 이 시계의 날짜는 수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이 2100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지는 시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실제로는 2104년), 지금 시점에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은 적어도 유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날짜를 수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완전히 자동화된 캘린더 기능으로, 애뉴얼 캘린더에 비해서도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캘린더 기능의 정점을 원한다면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기도 합니다. 컴플리케이션의 위치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위 예거-르쿨트르와 아래 블랑팡의 깔끔한 '3-6-9' 배열 캘린더가 익숙할 겁니다.

© Blancpain

© Blancpain

복잡한 퍼페추얼 캘린더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2021년 파텍 필립이 자사 손목시계에는 처음 선보인 인라인 퍼페추얼 캘린더는 전통적인 서브다이얼 배치 대신, 요일-날짜-월을 일렬로 배열해 훨씬 간결하고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 Patek Philippe

© Patek Philippe

오늘날 로열 오크가 브랜드 자체처럼 여겨지는 오데마 피게는 사실 과거부터 하이 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다투어 온 워치메이킹 장인이었습니다. 윤년 표시가 되는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시계를 최초로 만들었고, 최초의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시계도 오데마 피게가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윤년 표시(6시 방향)을 최초로 도입한 Ref. 5516<br/>© Audemars Piguet

윤년 표시(6시 방향)을 최초로 도입한 Ref. 5516
© Audemars Piguet

마지막으로 소개할 캘린더는 오데마 피게가 설립 160주년을 맞이하며 선보인 로열 오크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는 한 단계 진보한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 Revolution Watch

© Revolution Watch

오데마 피게가 새로 선보인 퍼페추얼 캘린더는 케이스 측면의 커렉터를 전부 삭제하고, 조작 기능을 크라운에 통합했습니다. 단순히 모든 날짜 기능을 연동시킨 것이 아니라, 무려 네 개의 크라운 조정 모드를 이용해 원하는 날짜 정보를 앞, 뒤로 돌려 편하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 한 개로 앞뒤 조작이 가능한 퍼페추얼 캘린더는 율리스 나르덴, H. Moser & Cie., 까르띠에 등에서 이미 구현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들의 유일한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크라운 조작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 Fratello

© Fratello

이 퍼페추얼 캘린더에 탑재된 Cal. 7138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포지션: 시계를 와인딩합니다. 두 번째 포지션(한 칸 당긴 상태): 날짜, 월, 윤년을 조정합니다. 세 번째 포지션(가장 바깥쪽): 시간을 설정합니다. 네 번째 포지션(숨겨진 위치): 세 번째 포지션에서 한 칸을 다시 밀어 넣으면, 요일과 주, 문페이즈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시계 중급자로 도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매력적인 시계 탐구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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